지난 2013년 공개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하 S그룹 문건)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란 일각의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이 증거를 확보해 다시 수사에 나선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증거는 삼성전자 본사에서 작성한 문건으로, 노조 설립에 대한 대응을 담은 S그룹 문건과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지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최근 수원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에서 노조 설립에 대한 그룹의 대응방안이 담긴 자료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이 자료는 올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가 삼성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당시 찾은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찾던 중 노조 대응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압수물은 특수2부가 수사 중인 뇌물 혐의에 관련된 것이어서, 공공형사수사부는 이후 법원에서 부당노동혐의에 대한 별도의 압수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입수한 문건 내용이 S그룹 문건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분석 중이다.
공공형사수사부는 지난 2016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삼성 사건을 수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7월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같은해 10월 S그룹 문건이 공개되자 노동청에 "그룹 경영진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묵살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를 위반했다"며 진정을 냈다. 부당노동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이 사건은 올해 7월 시효가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50쪽 분량의 S그룹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은 2012년 1월 작성된 것으로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 등의 지침이 담겨있어 파장이 일었다. 당시 삼성은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노조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고소·고발된 삼성그룹 경영진에 대해 2015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삼성은 검찰의 재수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자칫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벌써부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사측의 위법한 노조 탄압은 분명 잘못된 노사 관행 중 하나"라면서도 "경직된 노동유연성과 노조 파업 등 내부 갈등요인들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점도 정부와 검찰은 명확히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유럽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이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GTCI)'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과 적대적 노사관계 등이 감점 요소로 작용해 전년 대비 한 계단 더 하락한 30위로 밀렸다.
최근만 해도 생사 기로에 선 한국GM 노사는 미국 GM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과 신차 배정을 받기 위해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합의를 해야 하지만 아직도 공전 상태다. 노조가 군산공장 폐쇄 철회 등 접점을 찾기 힘든 요구안을 꺼낸 가운데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보다는 하루 하루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중소 협력사들에서 노조 관련 이슈가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검찰이 이런 산업계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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