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혹독한 추위가 몰아친 뒤 기온이 오르면 곧바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한파·폭설과 함께 겨울의 계절적 특성으로 자리 잡으면서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삼한사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까지 지난주 내내 영하 10~20도 안팎의 한파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평년기온을 되찾은 지난 14일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서울 서대문구 113㎍/㎥, 인천 남동구 107㎍/㎥, 경기 포천시 172㎍/㎥ 등 '나쁨' 기준인 80㎍/㎥를 훌쩍 초과했다. 이날 환경부는 이튿날인 15일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예보된다며 오후 5시를 기해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이날은 지난 8일 이후 엿새 만에 일평균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한 날이었지만 도심은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2.9도로 포근했던 15일도 비가 그치고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그 후면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됐다. 이날 오후1시께 서울 성동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77㎍/㎥을 기록했다. 초미세먼지(PM2.5)는 일평균농도가 16~50㎍/㎥이면 '보통', 51~100㎍/㎥이면 '나쁨' 101㎍/㎥ 이상이면 '매우나쁨'에 속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가 정체하는 밤부터 다음날까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겠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추위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한반도를 습격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매일경제가 최근 30일 동안의 서울시 일평균기온과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를 분석한 결과 매 주말께 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하는 시기엔 예외 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반면 서울의 평균기온이 영하 5도 안팎으로 곤두박질치는 날엔 대기가 깨끗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겨울 북서풍이 강하게 몰아쳐 '북극 한기'를 한반도로 끌고 내려올 때에는 대부분 미세먼지가 함께 쓸려 내려가지만 북서풍이 약해지고 포근한 남서풍이 불어 기온이 오르는 경우엔 대기가 정체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공기이동의 특성 때문에 바람이 적어져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가 한반도 대기에 머물면서 스모그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금요일인 19일부터 서울의 아침기온은 다시 영하 5도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일주일 뒤인 25일까지 영하 10도에 달하는 추위가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추위가 기승을 부린 뒤 물러가는 26일쯤 다시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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