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빛깔의 용무늬 금색 자수, 한눈에 봐도 임금님이 입는 곤룡포를 연상시키는 일명 '곤룡포 항공점퍼'.
포털 검색창에 '곤룡포'를 치면 자동완성으로 '항공 점퍼'가 붙을 정도로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 제품은 24만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색상이 품절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각종 온라인 패션카페서 특이한 디자인으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 구입후기가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2016년 11월 송재석 디자이너가 론칭한 신생 브랜드 '아시하'는 2017년 F/W 컬렉션으로 선보인 곤룡포 항공점퍼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켰다. '벚꽃 자수 후드티'와 '하회탈 한복 맨투맨' 등 동양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아시하의 송재석 디자이너 (27)를 만나 곤룡포 항공 점퍼 뒷이야기와 아시하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송재석 디자이너 [사진=노윤주인턴기자]
-곤룡포 항공점퍼거 인기를 얻고 있다. 항공점퍼에 곤룡포를 접목시킨 계기는.▷매 시즌 제품 콘셉트를 설정한다. 이번 곤룡포 항공 점퍼를 선보인 17년 F/W 시즌의 콘셉트는 우리나라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을미사변'으로 결정했다. 을미사변이라는 아픈 사건을 중점에 두고 디자인을 구성하다 보니 왕족, 그리고 왕이 입는 옷인 '곤룡포'가 떠올랐다.
대한민국 역사가 가졌던 '아픔'과 '멋'을 요즘 사랑받는 제품인 항공점퍼에 담아내고 싶었다.
-곤룡포 항공점퍼 외에도 아시하의 제품들은 모두 '동양의 멋'을 담고있는데···동양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아시하를 론칭하게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역사와 옷을 좋아했다. 군대도 다녀오고 미국에서 잠시 생활하다 보니 애국심이 생겼다. 서양 디자인은 항상 예쁘다고 극찬받지 않는가. 동양 디자인도 못지않게 아름답고 예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동양적인 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 동양의 전통과 역사에 대해 공부하다 '아시하'라는 이름이 문득 떠올랐다.
동양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요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헬조선', '한국은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예전 선조들은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외환위기때는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할 정도로 나라를 아꼈는데 말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통해 동양의 멋을 알려 '우리나라 정말 아름답고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구나'라는 것을 젊은 층에게 알리고 싶었다.
아시하의 MD가 곤룡포 항공점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아시하]
-온라인에서 한 차례 화제된 후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는지.▷확실히 반응이 좋다.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내보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판매량이 2~3배 가까이 늘었다. 해외에서도 반응을 보인다는 게 가장 뜻깊은 것 같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접한 해외 소비자가 구매요청을 해왔다. 제품의 디자인이 갖고있는 의미에 대해 물어보는 외국인 고객들도 있다. 해외 여러 패션쇼에도 초청받았다. 디자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
-곤룡포 항공점퍼의 인기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익숙하면서도 낯선 곤룡포 문양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것 같다. 또 곤룡포 항공점퍼는 기존에 나온 제품들에 비해 핏이 색다르다. 곤룡포 항공점퍼의 소매길이는 20cm다. 홈페이지서 소매길이를 보고 너무 짧은 거 아니냐며 문의 전화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소매 대신 어깨선이 길다. 어깨선이 거의 팔꿈치까지 내려온다. 이렇게 핏이 독특하다 보니 사랑받는 것 같다. 24만원이 저렴한 가격이 아닌 만큼 소매 시보리부터 지퍼 하나까지 좋은 재료를 쓰려 노력했다.
아시하의 벚꽃자수 맨투맨 [사진제공=아시하]
-곤룡포 항공점퍼 외에도 특별히 인기가 있었던 제품은.▷물론 최근 화제된 곤룡포 항공점퍼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첫 제품인 하회탈 맨투맨부터 최근까지 선보인 모든 제품이 고루고루 사랑받았다. 특히 '꽃'이 들어간 디자인이 큰 사랑을 받았다. 형형색색의 꽃이 자수로 새겨진 부분을 소비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송재석 디자이너 [사진=노윤주인턴기자]
-아시하와 송재석 디자이너의 앞으로의 계획은.▷동양의 매력을 알리는 디자이너 송재석이 되고 싶다. 아시하는 그 매개체가 될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기 때문에 언젠가는 동양이 아닌 새로운 콘셉트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동양의 멋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 S/S 컬렉션도 준비 중이다. 비치웨어를 생각 중인데 비치웨어와 동양의 미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해 달라.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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