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함께 살던 고양이 2마리를 유기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최근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한 외국인 유학생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함께 사는 고양이 2마리의 검역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유학생은 비자가 만료돼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양이들을 이송하기 위한 검역절차를 완료하지 않아 함께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는 한 달 뒤 한국에 방문해 두 고양이를 데려가겠다며, 그 동안 임시로 보호해달라고 동물보호단체에 요청한 것이다.
카라 측은 유학생이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반려동물을 자신의 나라로 데리고 갈 의사가 있다고 판단한 후 동물 전용호텔에 맡길 준비를 했다.
카라에 고양이들과 함께 찾아온 외국인 유학생 [사진 출처 = 카라]
하지만 고양이들의 호텔 수속 당일 유학생은 갑작스레 중국에 사는 친구에게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며 동물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검역 또한 중국인 친구가 알아서 진행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카라 관계자가 두 고양이를 발견한 건 다음날 한 SNS의 게시물이었다. 한 동물보호 활동가는 "반려견과 산책길에 유기된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2마리를 발견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가방에 들어간 채 버려져 불안하게 떨고 있는 고양이들은 유학생이 데리고 왔던 동물들이었다.
카라 측은 "중국인 친구에게 입양 보내기로 했다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고양이들은 동대문구 청계천의 눈 쌓인 산책길에 유기돼 추위와 두려움 속에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단기체류자가 한국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데는 시간과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각 국가가 마련한 검역 기준을 맞추려면 대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요구하는 시술과 증명하는 방법, 순서, 횟수, 시기 등을 규정대로 준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보호자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칩 삽입 ▲광견병이나 주요 전염병에 대한 예방 접종 ▲건강증명서 ▲수입허가서 등을 요구한다.
준비 비용도 천차만별이지만, 뉴질랜드의 경우 출국 전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검사 비용만 약 120만원이 든다.
이진원 펫무브 원장은 "현지 검역비와 계류비를 포함하면 400만~500만원을 생각해야 한다"며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동물을 데려가려면 7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카라 측은 "잠시 한국에 머물며 반려생활을 시작하는 유학생과 노동자가 돌아갈 때를 대비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동물을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며 "동물을 외국으로 운송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감당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이 유기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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