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새벽시간대에 불이나 어린 3남매가 숨졌다.
31일 오전 2시28분께 광주시 북구 두암동 L아파트 11층 A씨(22·여) 집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아파트 작은 방이 모두 타면서 잠자던 A씨의 4살·2살 아들과 15개월된 딸이 숨졌다. 아이들 어머니인 A씨는 손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베란다에 피신해 있다가 구조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19대와 소방대원 65명을 동원, 25분만에 진화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A씨는 경찰에 "라면을 끊이기 위해 가스레인지 불을 켜놓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불이 처음 난 지점이 부엌이 아닌 작은 방인데다 작은 방 전체가 삽시간에 전소된 점을 설명하자 A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A씨는 "술에 취해 귀가하면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가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담배를 피웠는데 어떻게 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날 불은 A씨가 집에 귀가한지 30여분만에 일어났다. A씨는 전날 오후 7시40분께 3남매를 남편 B씨(21)에게 맡기고 외출했다가 6시간만인 이날 오전 1시50분께 귀가했다.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남편도 돌보던 아이들이 잠 들자 전날 오후 9시40분에 PC방으로 향했다. A씨는 집에 들어가기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 했다. 집에 귀가한 뒤 불이 나자 A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작은 방에서 자던 중 불이나 베란다로 피신해있다"면서 화재신고를 요청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27일 법원에서 합의 이혼했다. 성격차이로 이혼했지만 아직 구청에 이혼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동거 중이었다.
일단 경찰은 전기누전 등 전기적 요인보다는 실화나 방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번 화재처럼 급격히 불이 번진 것은 인화성 및 가연성 물질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숨진 남매의 호홉기 내부에서 그을음이 발견돼 화재 당시 호홉하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특히 인화성 물질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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