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험을 치르는 도중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 대처 방안'에는 모호한 표현과 기준이 많아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수능 중 지진 3단계 요령
만약 수능 당일 8시 10분 입실 시간 이후에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교육부가 마련한 '지진 단계별 대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수능일에는 수능시험비상대책본부장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포항 지역에 대기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경북교육청도 대응에 나설 계획이지만 기본 방침은 현장 판단을 최우선합니다.
수험생은 수능시험이 진행된 이후에 여진이 발생해도 개별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현장의 시험감독관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지진을 상황에 따라 '가~다' 3단계로 나눴습니다.
'가' 단계는 진동이 느껴지지만 경미한 상황인 경우를 말하며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치르는 게 원칙입니다.
경미한 상황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상태인 '나' 단계에서는 시험을 중지하고 책상 아래로 대피했다가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시험을 재개한다. 이때는 중단된 시간만큼 시험 시간도 늘어납니다.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다' 단계에서는 운동장으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대처 단계는 기상청 비상근무자가 지진 발생 즉시 시험장 책임자에게 문자로 발송합니다. 이를 통보받은 시험장 책임자는 '교실 밖 대피' 또는 '시험 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다'단계여도 누구는 시험보고 누구는 대피?
시험 도중 실제 '다' 단계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정 이상 진도의 여진이 발생한다 해도 수험생들은 우선 책상 아래에 대피한 상태로 해당 지진이 '나' 단계인지 '다' 단계인지에 대한 결정이 기상청으로부터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교육부는 해당 결정이 "몇 초 내로 결정될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 단계라는 기상청 통보가 온 후에도 실제 수험생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킬지, 기다렸다가 시험을 재개할지 여부는 시험장 책임자가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결국 같은 '다' 단계 상황의 학교라도 학교장 판단에 따라 시험을 재개할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진 발생 시 시험 재개 여부 판단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에 관한 명시적 규정도 없으며, 일부 시험장에서만 시험이 중단되고 다른 시험장은 재개될 경우 대응 방침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 시험 무효시 대책은 향후 발표?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수능이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시험 전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비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르면 되고, 만약 수능 진행 중 강한 여진이 다시 발생한다면 해당 수능은 사실상 종료된다는 것입니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운동장으로 대피할 정도의 체감 강도가 있었다면 그 고사장은 시험을 중단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출제 규모와 출제 공간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하면 2018학년도 입시를 위한 수능을 다시 치르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대책에 수능이 실제 무효 처리됐을 경우에 대한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진이 발생하고, 시험이 무효될 경우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재시험을 볼지, 시험을 못 치른 학생에 국한해 따로 대책을 마련할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그에 대한 대비책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그는 "포항 지역의 일부 학교가 시험을 못 치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으로 논의된 것은 있지만 지금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이 본부장은 "여러 가지 단계가 있고 해결 방안이 있는데 나중에 정무적인 또 정책적인 판단과 학생의 입장을 고려해 충분한 숙고 후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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