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73)이 경찰의 3차 소환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한 김 전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을 고려중이다.
8일 서울수서경찰서에 따르면 9일 출석이 예정된 김 전 회장이 이날 오후 변호사를 통해 세 번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어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9일 2차 출석일을 하루 앞두고도 같은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 1차 출석 요구에는 구두 설명 후 불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소환 요구에 3차례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며 "차후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아 9일 이후 사유서를 검토해 영장 신청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 측근은 "당장 출석이 어렵다는 의미일 뿐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의사가 허락하면 귀국해 수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의 비서로 일하던 30대 여성 A씨는 "올해 2월부터 6개월 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추행당했다"며 지난 9월 경찰에 고소장과 관련 동영상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 추행은 없었고 오히려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경찰 발표 이틀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7월 말 건강 악화에 따른 주치의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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