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학입학을 목표로 올해 수시모집에 6차례에 걸쳐 지원한 A군은 대학에 입시 전형료를 내며 의문이 들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대부분의 전형료가 평균 15%, 수도권은 18% 가량 인하된다고 들었는데 실제 전형료는 애초 공지한 수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자의적 기준으로 대입 전형료 인하폭을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절대 다수의 학생이 지원하는 일반전형(비예체능·비사회배려자전형)의 전형료 인하폭은 미미한데도 사회배려자 또는 예체능전형의 전형료 인하폭을 부각시켜 대입 전형료가 평균 15% 가량 인하된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올해부터 대입 전형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것을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5개 주요 대학(2017학년도 입시에서 3만명 이상 지원)의 2018학년도 대입 전형료 인하 시행계획에 따르면 일반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전형료 인하폭은 대부분 10%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들어 연세대의 학생부종합전형(면접형) 전형료는 당초 8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5.9%(5000원) 인하했고, 또다른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은 6만5000원으로 종전과 변함이 없었다. 이 대학의 논술전형 전형료는 6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7.7%(5000원) 내렸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서강대 중앙대 한국외대 성균관대 등의 학생부종합전형 전형료는 종전과 같았고,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인하폭이 10%에 미치지 못했다. 논술전형의 경우 마치 대학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듯 6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일제히 내려 대부분 대학의 인하폭이 7.7%로 동일했다.
이처럼 실제 전형료 인하폭이 교육부 발표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교육부가 자의적 기준으로 현실을 오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원자수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일반전형과 예체능 또는 사회배려자전형의 전형료를 지원자수를 고려치 않고 단순합산해 인하율을 계산함으로써 예체능 또는 사회배려대상자전형의 전형 수가 많고 인하폭이 클 경우 전체 전형료가 많이 내린 것 같은 착시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5개 대학중 교육부 기준에 따라 인하폭(26.7%)이 가장 큰 인하대는 15개의 전형중 일반전형은 4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배려자전형이거나 예체능 전형이다. 일반전형 4개중 2개 전형의 전형료 인하가 없는데도 고른기회·농어촌학생·평생학습자·특성화고 졸업자·서해5도지역 출신자 등 사회배려자전형과 체육·연극영화-이론연출 등 예체능전형이 각각 5개로 전형 수가 많고 인하가 이뤄졌기에 합산한 전체 전형료가 크게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노웅래 의원은 “실제 인하된 전형료 수준은 교육부 발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며 “교육부가 꼼수와 눈속임으로 대국민 사기를 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전형료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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