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연예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 나체사진까지 만들어 인터넷에 살포하는 '특수공작'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국정원 적폐청산TF와 사정 당국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 한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모습이 담긴 합성 사진을 게시했다.
두 배우가 침대에 함께 누운 합성 사진 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가 쓰였다.
국정원 TF는 지난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가 구성됐고,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인터넷 여론조작의 중심 조직인 심리전단은 기조실로부터 퇴출 대상 연예인 명단을 넘겨받아 '심리전'이라는 명목하에 인터넷에서 이들을 공격하는 활동을 벌인 것으로 TF는 결론 내렸다. 심리전단은 합성 사진 유포에 앞서 시안을 만들어 A4용지 한 장짜리 보고서 형태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그간 운영을 통해 검증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활용해 '특수공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연예인 블랙리스트' 수사를 의뢰받은 검찰은 심리전단이 '특정 연예인 이미지 실추 심리전' 차원에서 합성 사진을 유포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합성 사진 유포와 관련해 심리전단 간부들과 원 전 원장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씨는 국정원의 이 같은 '특수공작'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경악! 아∼이 미친 것들"이라며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는 18일 검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을 예정인 그는 "합성 사진 뿐이겠느냐"며 "검찰에 가면 공작이 분명한 '바다이야기'도 물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문씨가 언급한 바다이야기는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을 했던 배우 명계남씨가 과거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소문에 휩싸인 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소문은 검찰 조사에서 낭설로 판명됐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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