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가 '정교(政敎)분리 원칙의 훼손'이라고 맞서는 가운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14일 오후 2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보성향 개신교 교단 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하는 '종교인 과세와 교회재정 투명성' 토론회에서입니다.
오경태 공인회계사(NCCK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 위원)는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종교인들은 기존 세법으로도 납세해야 했음에도 특혜를 누려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회계사는 "과세당국은 지금까지 과세유예의 특혜를 줬거나 직무유기를 했다"며 "이는 정치적 이익 때문에 종교단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회유, 왜곡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역으로 종교단체가 투명하게 세금을 신고·납부한다면 세상을 향해 담대한 꾸지람을 자유롭게 하고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이 참된 정교분리의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 우려와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보수 성향 개신교 교단 협의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무사찰에 결사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먼저 "종교인 소득세 과세와 교회 재정장부 조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미 세무당국은 종교인 과세와 상관없이 교회 장부를 들여다볼 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행법상 국세청은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을 출연일로부터 3년 안에 공익 목적으로 썼는지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세법상 교회는 공익법인으로 분류됩니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재정을 공개해도 비방 받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 의무를 망각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한 대형교회 목사의 2013년도 수입을 추정한 결과, 사례비·목회비·생일축하비·김장비·가족 의료비 등을 포함해 최소 3억4천만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목사는 "이 교회의 재정은 자발적으로 공개된 게 아니라 내부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것"이라며 "신고된 소득에 견줘 실질소득은 3배 가까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이렇게 축소 신고를 한다면 종교인 과세가 비정상적인 목사 사례비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없다"며 "교회와 시민사회가 종교인 과세를 계기로 교회 재정공개 운동이 확산하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회계사는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목회자가 종합소득세를 자진신고한다면 한국교회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며 "빛과 소금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종교인 과세가 실행되지 않아 종교인이 내지 않는 세금이 64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4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정부예산의 종교 지원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종교인 89%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세금 미납 종교인의 조세지출 금액은 647억원에 달한다고 추정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비과세·감면 때문에 부과하지 않아 발생한 재정 수입 감소분을 뜻합니다. 납세자 입장에선 그만큼 세제 혜택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종교인 과세는 50년 가까이 찬반 논쟁을 벌이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종교인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지만, 일부 종교인은 근로소득을 과세당국에 신고해 납부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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