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퇴근 시간대 240번 버스에서 하차한 아이를 따라 내리지 못한 아이엄마를 태우고 출발한 버스기사에 대한 논란이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이날 저녁 '240번 버스 기사를 신고한다'라는 내용의 민원글이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건대역 정류장에서 5살도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먼저 내렸고, 바로 아이엄마가 내리려는 순간 뒷문이 닫혀 아이만 내리고 아이엄마는 내리지 못했다. 이에 아이엄마가 문을 열어달라며 울부짖었고 다른 사람들도 기사에게 정차를 요청했지만 버스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다음 역에서야 문을 열었다. 심지어 울며 뛰어가는 어머니 뒤로 운전기사가 큰소리로 욕을 했다고 작성자는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진상 조사한 결과는 민원글의 내용과 달랐다. 서울시는 기사가 교통수칙을 모두 지켰으며 아이 또한 당초 알려진 5세 미만의 아동이 아니라 7세정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CCTV를 살펴본 결과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혼잡했고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며 "기사는 (차내 혼잡을 고려해) 16초간 문을 충분히 개방한 후 닫았으며, 어머니가 기사에게 얘기했을 때 물리적으로 버스가 출발해 8차선 도로에서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난 건대역 정류장과 건대입구역 정류장 일대는 왕복 8차선 도로로 버스가 2차선으로 진입한 후에는 갓길 정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도로 양 옆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 인도로 접근이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어 "출발 후 10초가량 지난 뒤 운전기사가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8차선 도로 중 2차로로 진입한 뒤였기 때문에 정차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다음 정류장에서 어머니를 하차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240번 버스가 지나는 건대역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까진 261m로 운행시간은 신호시간을 포함해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해당 사건은 전날과 13일 오전까지도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당 버스 기사를 해임시키자는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커져만 가는 논란에 서울시는 원칙대로 CCTV를 공개해 명확한 증거로 해명에 나서고자 했다. 하지만 버스 내부의 모습을 담은 화면은 아이엄마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아이가 내린 직후 출발하는 버스의 모습을 담은 정류장 CCTV 화면만 공개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모자이크를 전제로 CCTV를 공개하려 하는데 아이 어머니가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버스 기사가 어머니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도 현재 CCTV로는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아이는 우리 나이로 7세정도로 건대역 정류장에서 내렸고, 얼마 뒤 정류장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만났다"고 말했다.
목격담으로 시작된 사건은 국민이 버스기사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쏟게 했다. 하지만 버스기사 측과 업체, 서울시를 통해 당시 상황이 전해지면서 아이엄마의 실책도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버스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주정차를 하게 될 경우 6개월 이내 자격정지와 2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2조 3항에 따르면 자동차 운행 중 중대한 고장을 발견하거나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즉시 운행을 중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