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생아 수가 역대 처음으로 20만명에 미달했다. 신혼부부 역시 상반기 14만쌍에 미치지 못하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취업·주거 등 온갖 사회·경제적 문제가 뒤엉키면서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상황이 심화되는 것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18만8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만명 가까운 출생아가 줄어든 것이자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작은 수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40만명은 고사하고 30만명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별 출생아 수를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째 12%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연속으로 10%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13년 2~4분기 이후 약 4년만이다.
출산율도 '빨간불'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분기 0.26명을 기록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04명이다. 한국의 역대 최저 합계출산률은 2005년 1.08명이다. 올해는 이 불명예 기록을 다시 쓰게 생겼다.
신생아 수가 급감하고, 출산율이 고꾸라지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결혼에서 찾을 수 있다. 신생아의 절반 이상은 첫 아이고, 첫째는 신혼부부가 결혼 2~3년 이내에 낳는다. 다시 말해 올해 출생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2014~2015년도의 혼인 건수란 얘기다. 이 당시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5.4%, 0.9% 줄었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혼인 감소세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3만8000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다. 이 또한 역대 최저치다. 특징적인 것은 6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8.2% 혼인 건수가 줄었다. 6월이 '윤달'이라 앞선 5월에 결혼이 몰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올 상반기 2만3000명 가까이 출생아 수가 줄어서 올해 전체적으로 40만명은 커녕 36만명이 태어날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취업난, 높은 전월세 가격 등이 결혼을 늦추고 있고 또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루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저출산 정책이라는 것도 정책 효과를 바로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올 상반기 사망자 수는 14만19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변화 없었고, 이혼 건수는 5만2700건으로 1.3% 증가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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