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에게 위험·비용을 떠넘기거나 피해를 주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등 '갑질' 경기도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도의 특별조사에서 적발됐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지난 5월 15일부터 6월말까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소극적 업무처리실태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31건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도민에게 피해를 주고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책임회피적 행태 9건 ▲규정이나 절차를 까다롭게 해석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적 행태 9건 ▲위험이나 비용을 도민에게 떠맡기는 업무처리 행태 4건 ▲무사안일, 업무태만 등 적당처리 업무행태 9건 등으로 경기도 공무원들의 '갑질'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는 징계 8건(8명), 훈계 22건(34명), 시정·주의 29건, 변상명령 4건 등의 행정처분을 해당 시·군에 요청했다.
갑질 행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천시 공무원 A씨는 지난해 토지소유자가 제출한 토지수용재결 신청서를 법정기한보다 무려 85일이나 지난 후에야 경기도토지수용위원회에 신청했다. 늦은 신청으로 1600여만원의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자 A씨는 문책을 두려워해 총 3회에 걸쳐 토지소유자를 방문하고 보상금 수령 포기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토지수용재결 취하 요청서와 재감정 협의요청서를 제출하라고 민원인에게 강요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A씨를 포함해 팀장과 과장에 대한 문책을 시에 요구하고 2300여만원의 변상명령도 내렸다.
광주시 공무원 B씨는 개발행위허가 신청서를 검토하면서 보강토 옹벽 시공이 가능한데도 시공이 어렵고 비용도 비싼 철근콘크리트 옹벽 설계를 고집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B씨는 경기도가 구조적으로 안전하면 보강토 옹벽도 가능하다고 시에 통보한 후에도 구조적 안전 검토는 하지 않고 철근콘크리트 옹벽 설계를 고집하며 허가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에 대해 백맹기 경기도 감사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편의상 관례대로 처리한다든지, 일시적 모면 의도로 적당히 처리하는 행정행위로 도민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면서 "조사결과를 각 시·군에 알려 소극적 업무처리 관행이 사라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 홍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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