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일부 공개 정보를 이용해 유사한 '미투'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 이규홍 부장판사는 통증 치료법 연구자 A씨와 의료기기 생산업체 B사가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출시한 C사를 상대로 "제품을 폐기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미세전류를 이용해 통증을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한 뒤 B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 2011년 7월부터 이 치료법을 토대로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했다.
그는 연구내용을 논문에 게재하고 학회에서 발표했으며 2014년 8월 관련 특허도 취득했다.
이 가운데 문제는 C사가 지난해 1월 A씨의 치료법을 구현하는 의료기기를 만들어 판매하며 불거졌다.
A씨와 B사는 "오랜 연구를 통해 치료법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 마케팅 등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C사는 이런 성과물을 무단 도용해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특허 관련 부분은 제외했다.
이에 C사는 "A씨와 B사가 도용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모두 의료기기에 관한 것으로 치료법과는 구분돼야 한다"며 "이 사건 치료법은 과거부터 있던 통증 치료방법의 일종으로 이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 등에 불과하며 우리 특허법상 독점적 권리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해도 특허를 주장에서 배제한 이상 치료법 그 자체에 독점적 지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 "B사의 경우 계약에 따라 권리·의무를 부담했을 뿐 치료법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와 B사가 광고, 판촉행위 등 간접 비용을 지출했다고 해도 이를 성과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C사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B사의 의료기기를 일부 참조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거나 경쟁질서에 반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적재산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성과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며 단순히 타인의 성과물을 이용·모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길나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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