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운전해온 고리1호기가 원자로를 제외하고 모든 기능이 멈췄습니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를 30시간 앞둔 17일 오후 6시 발전을 중단하자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한 간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오후 7시에는 원자로의 가동마저 정지시켰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멈춰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황과 같습니다.
박지태 고리제1발전소장은 "고리1호기는 어제까지 원자로 출력 100%, 발전기 출력 60만㎾로 운전하다가 오늘 오전 1시부터 한 시간에 5%씩 출력을 감소시켜 오후 6시 터빈을 수동으로 정지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소장은 "오늘 오후 7시부터 고리1호기에 있는 냉각재로 원자로의 온도를 300도에서 90도까지 천천히 낮추는 작업을 한다"며 "원자로 온도가 93도 이하 저온상태를 유지하는 18일 자정이 되면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상태에 도달했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고리원자력본부 직원들은 고리1호기에서 생산된 전기가 외부로 공급되는 것을 중단하는 계통분리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고리원자력본부 직원들의 얼굴에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를 엿 불 수 있었습니다.
한 직원은 "40년간 운전한 고리1호기에서 발전을 중단하자 솔직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 원전 해체산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고리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길천마을에 사는 김흥자(68·여)씨는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하지만, 정부와 원전 기술을 믿고 살아왔다"며 "고리1호기가 설계수명보다 10년 연장해 40년간 안전하게 가동하고 나서 영구정지된다고 하니 아쉬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박갑용 고리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은 "고리원전이 40년간 가동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도 있지만, 부품위조 사건으로 주민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준 것도 사실이다"며 영구정지를 반겼습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낸 우리나라 첫 핵발전소 폐쇄"라며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시민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가 탈핵 에너지 전환을 향한 첫걸음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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