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불법 다단계를 했던 조직의 고위 간부가 5년 만에 다시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같은 조직을 꾸려 불법 다단계 사업을 하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정모(30)씨와 이사 김모(30·여)씨를 범죄단체조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관계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구 역삼동에 불법 다단계 업체를 설립하고, 서초구 서초동·양재동 등 19곳에 합숙소를 마련해 강제 합숙시키며 209명으로부터 14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걸려던 이들은 20대 초반으로 대학생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접근해 "일자리를 소개해줄 테니 일단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라"는 식으로 유혹했다. 면접을 보러 학생들이 찾아오면 "일자리가 지금 당장 없는데 '네트워크 마케팅'을 함께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물건을 판매하려면 직접 써봐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하도록 했고 돈이 없으면 제2금융권에 연결해 대출까지 받도록 했다. 시중에서 7만5000원에 판매하는 화장품을 57만7500원에 사도록 했다. 정씨와 김씨 등 이사 3명은 모두 2011년 '거마(거여·마천동)대학생'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불법 다단계 조직에서 고위 간부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당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김씨 등 나머지는 처벌받지 않았다. 결국 느슨한 법처분 때문에 이들은 다시 재기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된 셈이다.
청년들은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방하나에 10여명씩 동거동숙했지만 이들은 고급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끄는 등 호화생활을 만끽했다.
경찰관계자는 "다단계 조직에 들어갔던 피해자 중 일부가 불법감금 중이라고 가족에게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다"며 "올해 2월부터 내사에 착수해 3개월 만에 불법 다단계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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