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전거가 아이를 올바르게 자라게 하는 회초리가 됐으면 합니다."
4일 울산 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 경찰관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 A군(10)에게 자전거를 선물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를 위한 온정의 손길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 자전거는 의미가 남다르다.
A군은 지난 3일 울산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시가 2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났다. 도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즉시 주변 CC(폐쇄회로)TV 확인과 탐문 수사를 통해 현장에서 200여m 떨어진 다세대주택에서 A군을 붙잡았다.
초라한 행색의 A군은 잔뜩 긴장한 채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자전거를 너무 타고 싶었는데 집에 돈이 없어 엄마, 아빠에게 사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자전거를 보고 순간적으로 타고 싶어 훔쳤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A군은 다문화가정 초등학생이었다. 경찰은 형사 미성년자라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데다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아 엄하게 타이른 뒤 훈방 조치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경찰관들은 A군의 사연이 안타까웠다. 또 범죄를 떠나 난생 처음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A군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걱정도 들어 자전거를 사주기로 했다. 자전거 비용은 경찰관 15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삼산지구대 이상현 경위는 "몰라서 훔쳤다 해도 절도는 분명 나쁜 짓이지만 얼마나 자전거를 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자전거를 그냥 선물이 아닌 올바르게 살아야한다는 회초리로 아이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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