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63·불구속기소)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한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같은 진술을 두고도 각각 '뇌물 공여'와 '강요 피해'라며 공방을 벌였다.
13일 특검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5명의 뇌물공여 혐의 2회 공판에서 장 전 차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55·불구속기소) 등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최순실 씨(61·구속기소)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지원과 관련해 "저희가 정씨를 지원한 후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의 태도가 많이 바뀌셨다"고 진술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순수하게 승마 종목 발전을 위해 지원을 요구한 것이라면 2015년 7월 이 부회장을 독대했을 때 그렇게 크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저희는 대통령이 화를 내셔서 바싹 얼어 붙어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해달라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최씨가 저희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주장했다.
황 전무도 조서에서 "최씨 측 말만 듣고 최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어스포츠에 거액의 용역대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최씨 측이 정씨의 사실혼 배우자인 신 모씨와 그의 친구 김 모씨를 코어스포츠의 '말 관리사'로 등재시켜 월급을 받아가게 하는 식으로 허위 정산을 했는데도 삼성 측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특검 측은 법정에서 "삼성은 정씨에 대한 특혜 사실을 희석시키기 위해 '승마 선수 6명에 대한 훈련 지원 계약을 체결하자'는 최씨의 요청에 응하고 허위 용역대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삼성이 (강요 등에 의해) 끌려다닌 것이지 뇌물이 아니라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또 "최씨 측과 협의를 통해 계약 규모를 줄이는 과정 등을 보면 이는 뇌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정씨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 혐의(업무방해) 2회 공판에는 수시전형 업무를 담당했던 교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입학처 상담부처장이던 백 모 교수는 "남궁곤 전 입학처장(56·구속기소)으로부터 최경희 전 총장(55·구속기소)이 '정윤회 씨(62)의 딸을 뽑고 나는 모르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황당하고 진짜 최 전 총장이 한 말인지 반신반의했다"고 증언했다. 백 교수는 또 "남 전 처장이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이요 금메달'이라고 소리치는 등 금메달을 갖고 오는 학생을 뽑으라고 한 사실이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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