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주부 오윤주(28·가명)는 최근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꿀알바'를 추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난 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재택 근무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이력서까지 냈는데 전화 온 상담사가 뜬금없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부터 요구했기 때문이다. "실제 구매자만 작성할 수 있는 상품평을 쓰려면 일단 구매를 해야 하는데 빈통장에 자신들이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고 구매까지 편하게 대신 해주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빈통장'인데 어떻겠냐는 생각에 김씨는 계좌와 비밀번호를 알려줄 뻔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남편이 귀가한 후 이를 듣고 "통장을 대여해 보이스피싱 등에 사용하려는 사기 일 수 있다"며 만류했고 다시 전화하니 상담처는 연락이 끊어진 상황이었다.
최근 유명 입시 학원과 강사들이 홍보를 위해 '댓글 알바'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백억대 소송전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댓글 알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부업 보다 시간·공간적 제약이 적고 일도 편한 '꿀 알바'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6~7일 매일경제가 직접 구직·아르바이트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댓글 알바' 일자리를 구해본 결과 일반인이 정상적인 일감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오씨의 경우처럼 쉬운 재택 부업을 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통장'과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곳은 물론, 사실상 '다단계 업체'에 가까운 곳이 고비용의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하며 접근하기도 했다.
유명 인터넷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댓글 알바'를 검색해 구인 중인 10여 곳에 지원서를 내자 몇시간 뒤 연락이 온 곳은 두 곳. 유명 중개 업체 홈페이지에서 지원했지만 이들은 다시 별도의 홈페이지를 가입한 후 상담을 하라는 문자를 보내 왔다. 시키는 대로 별도 사이트에 가입 후 상담을 신청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상담원은 "무료회원으로도 할 수 있지만 한정적이고 수입이 적다"며 최고 90여만 원의 비용이 드는 유료회원 가입을 권했다.
글을 올려 홍보하는 곳들은 성형외과나 뷰티 관련 업종이 제일 많지만 쇼핑몰, 렌트카, 보험 업체까지 다양했다. 광고주 요청에 따라 주요 키워드나 사진을 포함시키고 글자수 등 기준에 맞춰 글을 작성하면 된다. 댓글의 경우 특정 상품 페이지에 호의적 후기 댓글을 다는 방법이 자주 쓰인다.
쇼핑몰·인터넷 카페부터 유튜브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 웹툰 후기에 이르기까지 '댓글 알바'가 활동하는 곳은 다양했다. 특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페이스북 게시글 '좋아요' 누르기 등도 '댓글 알바'의 주요 역할이다. 글을 올리고 업체 확인 후 승인을 얻으면 댓글은 100~500원, 홍보글은 건당 2500원 수준의 보상이 가상화폐로 지급된다. 이 가상화폐는 일정 금액 이상 쌓이면 계좌로 입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업체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사진이 여러 장 포함된 2000여자의 홍보글을 작성해도 방문자수가 적거나 노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1시간 내내 열심히 작성해도 올릴 수 있는 글은 2건 남짓. 모두 승인 돼도 5000원, 승인이 거부되면 보상은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하게도 정작 해당 업체는 댓글 작성보다 "친구·친지 등 유료회원을 소개하면 회비의 80% 상당을 지급한다"며 회원 유치 업무를 제안했다. 사실상 '다단계 판매'와 같은 방식이다. 이런 업체들은 수익 배분 구조가 2단계 이상이 아니라 1단계에 그친다는 이유로 다단계 판매 업체 등록마저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진짜 돈을 지급하는 댓글 알바를 구한다 하더라도 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고 홍보성 글을 게재하다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원가의 '댓글 알바'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 한 학부모 단체로부터 형사고발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학원에서도 공개적으로 댓글 알바를 구하기보다는 실제 학원에 다녔던 수강생들을 댓글 알바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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