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서울 도심 한복판에 먹이를 찾아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멧돼지는 결국 산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날 오전 3시 4분께 길이 1m, 몸무게 80㎏가량의 멧돼지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아파트단지가 몰려있는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다는 신고가 종로경찰서로 접수됐습니다.
최초 신고에 이어 2분 간격으로 정부종합청사와 외교부에서도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신고 장소는 오전 3시 15분께 세종로공원이었습니다.
결국, 멧돼지는 세종대왕상 인근 횡단보도에서 택시에 치여 숨을 거뒀습니다. 택시 앞범퍼가 손상됐을 뿐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소방당국이 수거한 사체는 경찰 조사 후 종로구청으로 넘겨져 담당 부서에서 처분됐습니다.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이 멧돼지는 인왕산에서 내려와 사직공원을 거쳐 도심에 발을 디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에도 이번 이동 경로와 비슷하게 멧돼지 출몰 신고가 접수됐으나 다시 산으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해진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인모 야생생물관리협회 사무국장은 "포식자 최상위권에 있는 멧돼지가 봄철에 산에서 찾을 수 있는 먹거리라곤 칡뿌리밖에 없다 보니 불빛을 쫓아 내려왔다가 퇴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도심 멧돼지 출몰은 근본적으로 먹이사슬이 없으므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포획 등으로 적정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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