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의 한 공동묘지에는 한글로 '김귀덕'이라고 적힌 묘비가 있다. '김귀덕'은 한국전쟁 이후 폴란드로 보내진 북한 고아다. 김귀덕은 백혈병에 걸려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먼 타국인 이곳에 묻혔다. 한국전쟁 이후 폴란드에는 1500명의 북한 고아들이 보낸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고아들은 전쟁이 끝난 뒤 1959년 북한측의 요청으로 송환됐지만 일부는 김귀덕처럼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폴란드에서 짧은 생을 마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폴란드인들은 김귀덕의 무덤을 찾아 북한 고아들을 추모하고 있고 자신들이 돌봤던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북한 고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폴란드에서 제작돼 대구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29일 계명대는 폴란드 다큐멘터리 영화 'Kim Ki Dok(김귀덕)'시사회가 다음달 5일(오후 4시 30분) 성서캠퍼스 바우어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시사회에는 이 영화를 만든 욜란타 크르소바타와 파트릭 요카 두 감독을 비롯해 주한 폴란드 영사 등이 참석한다. 영화 상영 전에는 1950년대 폴란드와 남북한의 관계를 비롯해 한국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진행된다.
북한 고아들과 폴란드의 인연은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폴란드와 수교를 맺은 북한은 1951년 폴란드 정부에 한국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북한 고아들을 돌봐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북한 고아 1500명은 폴란드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 근교의 작은 마을 프와코비체에서 양육을 맡은 폴란드인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북한 고아들은 1959년 북한의 송환 요청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다. 당시 양육을 맡았던 폴란드 인들은 북한 고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생사를 모른 채 지금까지 이들을 보살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언론인인 욜란타 크르소바타와 패트릭 요카는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렸다. 이 이야기는 2003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화두가 돼 2006년 공영방송 TVP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방영됐다. 이 작품으로 여러 언론상을 수상한 크르소바타는 2013년 '천사의 날개'라는 제목으로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크르소바타는 "이 영화를 통해 20세기 전 세계가 겪은 전쟁의 상처를 공유하고 세계 평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통일을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시사회는 영화 상영시간 40분을 포함해 2시간가량 진행되며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두 감독은 한국에서 순회 시사회도 가진다. 다음달 4일 한국외국어대를 시작으로 계명대(4월 5일) 경북대(4월 6일) 연세대(4월 7일), 서울북한대학원대학(4월 8일) 순으로 시사회가 열린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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