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특검은 "이르면 14일, 늦어도 15일까지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15일이 되자 입장을 바꿨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53·22기)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16일 오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결정을 하루 더 미뤘다.
표면적 이유는 자료 검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이 대변인은 "13일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난 이후 (자료)검토 시간이 15일과 16일 이틀에 불과했다.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자료를 검토하다보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회장 사건은 이 대변인이 밝혔듯이 사안이 중대하고 복잡한 만큼 더욱 신중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사실상 뇌물죄 수사의 마지막 단계다. 대통령도 연관돼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청구될 경우, 그 논리를 정교하게 가다듬어 박 대통령에 대한 혐의까지 입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약 영장에 적시된 혐의사실에 흠결이 있을 경우,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박 대통령 수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 구속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특검이 영장 청구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나 영향력도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런 사정을 포함한 모든 사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갖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구속이 적절치 못하다는 일각의 우려를 특검이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특검은 "법과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비록 이 부회장 구속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충격요인이 된다고 해도, '법 원칙'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대변인은 "모든 사정을 고려한다는 말 뒤에는 법과 원칙이라는 기본 기준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특검팀 내부에서는 여전히 구속영장 청구 외에 다른 의견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수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신병확보가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 특검팀 내부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뇌물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 등이 거론된다.
삼성이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거론되는 최순실 씨(61)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독일의 유령 회사인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에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 가량을 송금한 행위를 뇌물공여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에는 제3자뇌물 혐의 적용이 특검 내부에서 검퇴된다. 특검팀은 두 재단과 영재센터가 각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인 점을 고려해 직접 수뢰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 여론은 두 가지로 갈린다. 국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엄정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반면, 이 부회장 등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박 대통령 등에 대한 조사까지 마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66·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다른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도 16일 결정될 전망이다. 이 대변인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최지성 실장(66),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63·사장),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64) 등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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