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찰 문건 폭로에 정관계 발칵…'검증' 시급
15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화제의 증인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미리 준비해온 듯 '폭탄 증언'을 줄줄이 터뜨리면서 정·관계를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특히 증언 하나 하나가 파장을 불러올 휘발성을 띤 소재였습니다.
이에 따라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볼 때 조 전 사장의 증언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터잡은 추론이거나,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미확인 정보여서 당국 차원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폭발력 있는 증언은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부총리급 공직자 임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였습니다. 특히 뇌물을 준 당사자를 현직에 있는 부총리급 인사라고 밝히면서 관련된 부처와 기관들은 충격과 당혹감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세계일보가 보도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정씨의 7억원의 뇌물수수 의혹이 나와 있다는데,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문건을 토대로 취재를 해본 결과 당시 부총리급 인사를 정 씨가 추천해 인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사장은 그러면서 해당 문건에 '정윤회에게 (인사) 부탁을 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어 김성태 특위 위원장이 "당시 부총리급 인사가 현재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조 전 사장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해당 인물을 거론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부총리급 인사를 두고 있는 관련부처와 기관들은 벌집 쑤신 듯했습니다. 현재 부총리급 인사는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감사원장, 국회의 국회 부의장 2인 등 총 5명으로, 이들은 저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조 전 사장이 제기한 문제는 중대한 문제인데 현재 부총리급 현직은 정부 3인, 국회 2인인데 (정문회 문건 보도가 터진) 2014년 11월 이전부터 현직에 있는 분은 딱 한 분"이라며 "이 한 분에 대해 우리 위원회에서 좀 더 추가 조사해서 특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굉장히 중대한 문제이고 본인에게는 큰 불명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폭로'는 국가기관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전 춘천지방법원장) 등 사법부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조 전 사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찰' 내용이 담긴 세계일보 사장 재직 시절 입수했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직접 특위에 제출했습니다.
문건에는 등산 마니아인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 중 등산을 한다는 언론 취재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 내용과 '직원 대상 산행동반자를 차출하다 보니 불만이 제기돼 언론에 제보된 것 같다'는 법조계 측의 반응이 담겼습니다.
또한, 최 위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임 당시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부적절한 처신에다 올해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탈락 후에도 주변에 '양 대법원장이 9월 대법관 인선 시 자신을 재차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최 위원장이 "소설가 이외수 등 지역 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구축해놓고 법조계 인사와 면담을 주선하는 등 환심 사기에 적극 이용 중"이라는 내용도 쓰였습니다.
이 문건의 작성처와 관련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사찰하면 어떤 기관이 떠오르느냐"고 묻자 조 전 사장은 "일반적으로 국정원이 떠오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취재진에게 "(조 전 사장이 제출한) 해당 문건은 국정원 문건이다. 국정원 문건을 복사하면 '가나다라'(와 같은 한글 표기)가 숨겨진 워터마크 나오는데, (이 문건에는) '차'라고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청문회에서 "이 문건은 복사를 하면 당초 원문에는 없는 강한 워터마크 자국이 나옵니다.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문건은 파기시한을 명기하지 않는데 이 문건에는 파기시한이 분명하게 있고, '차'로 돼 있는 워터마크가 분명합니다. 그 점에서 국정원 문건으로 추정한다"며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김성태 위원장은 해당 문건을 취재진들에게 공개했고, 문건에는 '차'라는 워터마크가 표시돼 보였습니다.
그러자 사찰의 대상으로 지목된 양 대법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굉장히 놀랄 일이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충격과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사찰문건에 실린 것으로 전해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방통위 관계자는 "문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의 내용이 단순 동향보고의 성격이 강해 이를 근거로 현 정부가 사법부 인사들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사찰활동을 벌였다고 완전히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15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화제의 증인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미리 준비해온 듯 '폭탄 증언'을 줄줄이 터뜨리면서 정·관계를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특히 증언 하나 하나가 파장을 불러올 휘발성을 띤 소재였습니다.
이에 따라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볼 때 조 전 사장의 증언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터잡은 추론이거나,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미확인 정보여서 당국 차원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폭발력 있는 증언은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부총리급 공직자 임명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였습니다. 특히 뇌물을 준 당사자를 현직에 있는 부총리급 인사라고 밝히면서 관련된 부처와 기관들은 충격과 당혹감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조 전 사장은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세계일보가 보도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정씨의 7억원의 뇌물수수 의혹이 나와 있다는데,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문건을 토대로 취재를 해본 결과 당시 부총리급 인사를 정 씨가 추천해 인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사장은 그러면서 해당 문건에 '정윤회에게 (인사) 부탁을 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어 김성태 특위 위원장이 "당시 부총리급 인사가 현재 정치권이나 정부 관료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다만, 조 전 사장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해당 인물을 거론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부총리급 인사를 두고 있는 관련부처와 기관들은 벌집 쑤신 듯했습니다. 현재 부총리급 인사는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감사원장, 국회의 국회 부의장 2인 등 총 5명으로, 이들은 저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는 분위기입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조 전 사장이 제기한 문제는 중대한 문제인데 현재 부총리급 현직은 정부 3인, 국회 2인인데 (정문회 문건 보도가 터진) 2014년 11월 이전부터 현직에 있는 분은 딱 한 분"이라며 "이 한 분에 대해 우리 위원회에서 좀 더 추가 조사해서 특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굉장히 중대한 문제이고 본인에게는 큰 불명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의 '폭로'는 국가기관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전 춘천지방법원장) 등 사법부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조 전 사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찰' 내용이 담긴 세계일보 사장 재직 시절 입수했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직접 특위에 제출했습니다.
문건에는 등산 마니아인 양 대법원장이 취임 후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 중 등산을 한다는 언론 취재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 내용과 '직원 대상 산행동반자를 차출하다 보니 불만이 제기돼 언론에 제보된 것 같다'는 법조계 측의 반응이 담겼습니다.
또한, 최 위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임 당시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부적절한 처신에다 올해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탈락 후에도 주변에 '양 대법원장이 9월 대법관 인선 시 자신을 재차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최 위원장이 "소설가 이외수 등 지역 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구축해놓고 법조계 인사와 면담을 주선하는 등 환심 사기에 적극 이용 중"이라는 내용도 쓰였습니다.
이 문건의 작성처와 관련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사찰하면 어떤 기관이 떠오르느냐"고 묻자 조 전 사장은 "일반적으로 국정원이 떠오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취재진에게 "(조 전 사장이 제출한) 해당 문건은 국정원 문건이다. 국정원 문건을 복사하면 '가나다라'(와 같은 한글 표기)가 숨겨진 워터마크 나오는데, (이 문건에는) '차'라고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청문회에서 "이 문건은 복사를 하면 당초 원문에는 없는 강한 워터마크 자국이 나옵니다.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문건은 파기시한을 명기하지 않는데 이 문건에는 파기시한이 분명하게 있고, '차'로 돼 있는 워터마크가 분명합니다. 그 점에서 국정원 문건으로 추정한다"며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김성태 위원장은 해당 문건을 취재진들에게 공개했고, 문건에는 '차'라는 워터마크가 표시돼 보였습니다.
그러자 사찰의 대상으로 지목된 양 대법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굉장히 놀랄 일이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충격과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사찰문건에 실린 것으로 전해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방통위 관계자는 "문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해당 문건의 내용이 단순 동향보고의 성격이 강해 이를 근거로 현 정부가 사법부 인사들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사찰활동을 벌였다고 완전히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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