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오전부터 광화문 광장은 가족단위로 집회참여를 위해 찾는 발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간 ‘촛불집회’를 통해 탄핵안을 통과시킨 노력을 자축하는 모습이다.
반면 탄핵안 가결에 실망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 대통령 탄핵 반대’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사모 등이 참여한 보수대연합 회원 8000여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21만3000명)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소라탑에 모여 ‘탄핵무효 국민총궐기’를 행사를 개최했다. 최순실 사태와 촛불집회 이후 보수층이 광화문에 이처럼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는 박사모 이외에 대한민국 박대모(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임), 대한민국 나사모(박근혜 대통령과 나라사랑하는 모임), 나라사랑 어머니연합,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박정희대통령정신문화선양회 등 30여 단체가 참여했다.
청계광장이 5호선 광화문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집회 참가자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자, 참가자들은 광장 건너편 세종대로 사거리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무대 위 진행자는 “박근혜 대통령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좌파들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 등을 외치며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구호와 함성을 이끌었다. 보수대연합 회원들은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선희씨의 ‘아름다운 강산’ 등 노래에 맞춰 손에 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그러나 집회 시작부터 탄핵 찬성파 시민들과 사소한 다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일부 참가자들은 교통을 방해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이로 인해 한때 광화문 일대 교통흐름이 정체를 빚는 등 혼란이 일었다.
이날 광화문 역 주변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한 젊은이가 웃통까지 벗은 채 박사모 회원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일부 회원들은 광화문에 위치한 세월호 천막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한둘이냐. 대통령이 죽였냐”는 망언을 쏟아내 거친 분위기가 조성됐다.
박사모 집회에 참가한 서형구(67)씨는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할 만큼 잘못한 게 있냐”며 “언론들이 전부 선동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 서모씨는 “아직 법원 판결도 안 났는데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건 말이 안 된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더 심한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보수대연합은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마무리하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 공원에서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반대로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장영일씨(41)는 “탄핵가결은 당연한 결과이며 이와 별개로 박 대통령이 당장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며 “아울러 국회 역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오직 국민만 생각하고 당리당략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간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시민 참석자들과 함께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촛불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행진은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 등 세 방향으로 이뤄진다. 주최 측은 이들 세 경로로 청와대를 에워싸듯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주일 전인 3일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자하문로를 따라 행진한 대열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효자로와 삼청로를 따라 행진한 대열도 각각 청와대 100m 앞 지점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당초 경찰은 율곡로 이북에서의 행진과 집회를 금지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주최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허용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첫 주말인 이날 집회는 가수 이은미씨, 권진원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노동가수연합팀 등이 공연을 펼치는 등 축제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경찰은 만약의 돌발사태를 대비해 총 228개 중대 1만82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오후 1시30분 현재 집회장소인 청운동주민센터와 내자로타리 일대 도로와 인도사이 촘촘하게 빈틈없이 설치됐던 경찰버스차벽도 예전보다 많이 느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일부 트럭들이 주차를 시도하자 경찰버스를 이동해 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모습을 연출 중이다.
[최희석 기자 / 연규욱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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