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성당 합창단 지휘자가 단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이나 인종차별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일 단원 고모씨에 따르면 지휘자 A씨는 지난달 24일 합창단 연습 도중 "평소에도 예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유흥업소 종업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A씨는 "요즘은 술집에 나가는 여자들이 말투도 예쁘고 훨씬 고상한 것 같다"면서 "반대로 술집 밖에 돌아다니는 일반 여성들은 훨씬 술집 여성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저는) 업무상 술집에 갈 수밖에 없다"며 "접대하는 쪽이 아니라 접대받는 쪽이 많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이달 5일 진행된 연습에서는 '인종차별'로 여겨질 발언도 나왔습니다.
A씨는 "외국에 있을 때 100% 중국·몽골 사람이라고 믿고 '머리 좀 감아라. 냄새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이 엄청나게 노려봐 사과했다"며 "머리를 감으면 일본 사람, 안 감으면 중국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씨는 "A씨 발언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고씨는 A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제의 발언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다음부터는 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할 말 없어요"라는 다섯 글자로 된 답장만 보냈을 뿐 사과의 뜻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 있었음에도 성당 측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의 대응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씨는 이 문제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알린 다음 날인 12일 합창단장의 호출을 받아 합창단을 지도하는 B 신부를 만났습니다.
고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B 신부는 "지휘자에게 주의하라고 하겠다"고 하면서도 해당 발언을 문제 삼는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B 신부가 "다른 단원은 불편해하지 않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일을 전체 문제로 확대할 이유가 없는데도 생각 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고씨는 "지휘자 A씨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었다고 생각해 상부에 보고했던 것"이라며 "공적인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사태가 커질 기미를 보이자 A씨는 19일 합창단 연습에서 "소리를 이해시키려고 예를 들었던 말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마음 상한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향후 조심하겠다"는 말로 사과했습니다.
고씨는 그러나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안과 처벌 방침을 담은 매뉴얼 제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고씨는 A씨의 발언들을 정리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인권위 조사에 응한 상태입니다.
한 매체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과 해당 성당 합창단장 등을 통해 수차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과 A씨의 연락처를 건네줄 것을 요구했으나 별도의 해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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