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9일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반도 ‘활성단층’ 전면 조사에 나선다. 단층구조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지진의 규모나 빈도 등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단기적인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안전처의 내년도 지진 관련 예산은 56억원이다. 올해 10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중 지진·화산 대응 시스템 구축과 정보화에 22억원, 지진방재 교육훈련에 7억5000만원 씩 투입된다. 내진보강시설 데이터베이스 작업, 지진 관련 전문가협의회 구성, 지진 안전 평가기술 개발 등 배정분을 빼고나면 지진대비책 마련에 시급한 기초연구인 한반도 단층구조 조사에는 15억7500만원 밖에 배분하지 못한다.
안전처 관계자는 “국가활성단층 정비기획단을 구성해서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신청했다”며 “조사가 완료되기까지 약 25년의 기간이 걸리고 예산은 총 525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 10억원의 예산 중 단층구조 조사 책정분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원전이 있는 동남쪽 해안을 중심으로 단층조사가 이뤄져 왔지만 양산단층의 서쪽 지역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에서도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한반도 전역에 대한 단층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수십년 동안의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단층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단층연구는 장기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만큼 지금처럼 단기적인 예산 확보로는 지속적인 연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층 조사를 위해서는 먼저 항공사진이나 위성 사진을 통해 산맥 등을 찍어 선구조를 파악하고 각 단층의 현장조사가 이어져야 한다. 필요한 곳은 직접 땅을 파서 단층의 시료를 채취, 연대측정은 물론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파악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국내 대학에서 지진분야의 한 교수는 “지진이 잠잠해져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면 예산도 언제 깍일지 모른다”며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꾸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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