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역대 최강 지진인 규모 5.8에 이어 일주일 만에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경상북도 경주를 강타하자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을 나들이철인데도 호텔, 콘도 등 숙박시설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가 하면 수학여행도 예약 취소 사태가 속출하면서 관광 업계 전체가 깊은 시름에 잠겼다.
20일 경북관광공사에 따르면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호텔, 콘도 등 숙박업소 9곳의 객실 취소률은 15% 가량으로 집계됐다. 보문단지 내 전체 객실 수가 4000여개 인 점을 고려하면 600여개 가량의 객실이 취소됐다. 방문객 수로는 2000여명 정도가 투숙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주 시내 펜션, 민박 등 숙박업소들도 전체 8000여 개 객실 가운데 현재까지 파악된 취소률만 20% 가량이나 된다.
경주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10월 각종 행사도 지진 여파로 연기되거나 재검토 되는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어제는 강한 여진까지 오는 바람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국 초·중·고교생들의 수학 여행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경주시청소년수련관에 따르면 경주지역 유스호스텔 12곳 가운데 현재 4곳의 유스호스텔에서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경기도 등 전국 10여개 학교의 수학여행단 850여명이 묵을 예정이었지만 지진 여파로 예약이 취소됐다. 유스호스텔 업계는 이번 예약 취소로 6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주지역 유스호스텔은 9, 10월의 경우 객실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단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전국 일선 교육청에 ‘경주지역 수학여행을 심사숙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내면서 각급 학교들은 경주지역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예약 취소는 물론 일선 학교의 다음달 신규 예약도 없는 상황이라 유스호스텔 업계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주에는 매년 7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다녀가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경주 수학여행 자제 관련 공문까지 내려보낸 탓에 숙박업소 관계자들의 불만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2014년 세월호 사고와 지난해는 메르스, 올해는 지진 탓에 경주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털어놨다.
가을 나들이철을 맞아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주는 연간 8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계속된 여진과 지진 공포감 탓에 주요 관광지 방문객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고분군 등 경주 대표 관광 명소에는 지난 12일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크게 뜸해졌다. 경주 시내 주요 관광코스인 중앙시장과 경주 향토빵인 황남빵 가게들 역시 지진 이후 관광객들이 줄면서 찾은 손님들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도 지난 19일 발생한 여진의 여파로 공원 내 39개 탐방로 전 구간을 20일부터 통제했다. 낙석 위험 등 탐방로 조사와 문화재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측은 “지진 진원지가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와 인접해 있어 안전점검을 한 뒤 다시 개방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경주 = 우성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