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고사리손을 가진 '파괴의 신(神)'이 따로 없습니다.
'킥킥' '우당탕' 소리가 나서 방에 가보니 PC에 연결한 케이블이 다 뜯겨 나갔고 드론(무인기)의 프로펠러가 박살 났습니다. 10만 원 넘게 주고 산 로봇 플라스틱 모델의 팔·다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게임기는 주스가 쏟아진 탓에 끈적한 설탕 코팅을 뒤집어썼습니다.
속이 쓰렸지만 '아이들인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명절이 되면 IT(정보기술) 기기 애호가는 애간장이 탄다. 호기심에 애장품을 만지다 망가뜨리는 친척 어린이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 때문에 '조카'와 '몬스터'를 합친 '조카몬'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악의 없이 방을 초토화하는 이런 조카에게 어떻게 대처할지를 두고 네티즌들은 갑론을박합니다.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꼽는 최선의 방어는 '꼭꼭 숨기기'입니다. 파손이 걱정되는 물품을 몽땅 박스에 넣고 밀봉해 집안 창고 등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단 높은 책장 등 아이의 손이 안 닿지만 보이는 곳에 기기를 쌓아 놓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일단 신기한 물건이 보이면 어떻게든 만져보려고 떼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옮기기 어려운 PC·프린터·오디오 등은 방문을 잠가놓거나, 전원을 뽑아놓고 고장이 났다며 '불가피하게' 거짓말을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특히 PC는 본체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숨기거나, 전원을 켜면 윈도 운영체제(OS) 대신 어린이들이 낯설어하는 '리눅스' OS가 구동되도록 미리 손을 봐두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미리 만화책·장난감·게임기 등을 마련해 '바치는' 길도 있습니다. 일명 '제물템'(제물과 아이템의 합성어) 전략입니다.
최악의 방법은 '만지면 혼난다' '비싼 거니 조심하라'며 강압적으로 경고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제 능력이 약해 말을 안 들을 공산이 크고 이 때문에 다툼이 벌어져 명절 분위기만 망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이강이(아동학) 교수는 "어린이 눈에 어른의 물건이 얼마나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일지를 짐작하면 답은 명확하다. 호기심을 자극할 계기를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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