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다면) 맛있는 김치는 꼭 먹어보고 싶은데(웃음).”
달라이라마의 익살로 좌중에 웃음이 가득했다. 30일(현지시간)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라마 관저 접견실에서 가진 공동취재단 인터뷰에서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다. 티베트를 중국 공산당이 탄압하자 1959년 인도 북부 다람살라로 망명했다. 망명정부를 이끈 지 60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 불자들에게 생불(生佛)로 여겨진다. 그러나 노승(老僧)은 자신이 부족한 인간임을 긍정한다. 29일 법회에서 스스로를 “나는 80 넘는 비구(比丘·남자 승려)이자 70억 인간 중 한 사람”이라 칭했다. “부처의 가르침도 분석해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그다.
달라이라마는 매년 기간을 정해 다람살라에 위치한 남걀 사원에서 대중법회를 연다. 이 기간 동안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 다람살라는 세계 각국에서 온 불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번 법회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나흘 간 열렸다. 인터뷰를 주최한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는 2013년 조직됐다. 이날 방한추진회를 이끄는 금강스님과 진옥스님등 방문단은 달라이 라마에게 직접 초청장을 전달했다.
-한국을 방문한다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고 어디로 가고 싶나.
▶누구를 만나고 싶고 어디로 가고 싶고 이런 건 전혀 없다. 어디로 가든 누굴 만나든 추진위 일정에 따를 것이다. 다만 맛있는 김치는 꼭 먹어보고 싶다(웃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불법 수행은 스님뿐 아니라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반야심경(불교의 기본 경전)을 바탕으로 사유해보라. 사유가 깊어지면 어느 순간 경험과 체험처럼 느껴지고, 경험과 체험이 되면 (이것이 옳다는) 확신이 든다. 그럼 이전의 삶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 될 것이다.
-요새 청년들이 취업·육아 문제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불행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감각을 통한 행·불행과 마음을 통한 행·불행이다. 물질의 행복은 오감에 달렸고 마음의 행복은 의지에 달렸다. 마음의 행·불행은 육체의 행·불행에 비해 크고 중요하다. 운동선수가 올림픽을 위해 신체적 고통을 극복하듯 몸의 힘듦은 마음의 행복으로 극복 가능하다. 마음과 의지가 굳건하다면 이겨낼 수 있다. 젊은이들이 마음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 불교는 이에 대해 오랜 기간 설명해왔고 (배우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바둑 최고수 이세돌을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이긴 게 충격적이다. 인공지능과 미래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개발한 것이다. 우리 티베트에서 배운 뛰어난 스님들과 붙으면 스님들이 이길 것이다(웃음). 내가 아는 한 인간의 지성은 컴퓨터보다 언제나 낫다.
-핵개발, 영토분쟁 등으로 아시아 정세가 불안하다. 평화를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나.
▶불과 20~30년 안에 세상이 바뀌리라 보지 않는다. 권하는 건 유치원 때부터 사랑·자비·연민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들이 새로운 세기에 사회에 진출해 정치인이나 교육자가 돼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40년 후부터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어있지 않을까 한다.
-종교가 과학에 점차 지위를 내주고 있다. 미래 종교의 역할은.
▶사랑과 연민을 가르치는 것이다. 창조주가 있는 종교든 없는 종교든 마찬가지다. 창조주가 있는 종교의 경우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건 사랑과 연민 때문이다. 그러니 그분의 성품을 실천해야 한다. 창조주가 없는 종교는 자이나교와 불교가 있다. 이 종교에선 인과와 업이 (인생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사랑과 연민으로) 바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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