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장소를 놓고 성주군내 제3후보지 검토에 착수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성주군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김항곤 성주군수는 “성산포대를 뺀 제3의 장소를 결정해 달라”고 국방부에 제3후보지 검토를 공식 요청했지만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과 제3후보지 수용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성주 민심은 완전히 둘로 쪼개진 상태다.
23일 성주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투쟁위)에 따르면 제3후보지 요청 철회를 주장하는 성주 군민들의 항의 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주 군민들이 만든 단체 SNS방에는 “군수를 주민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군수를 비난하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열렸던 지난 22일 밤에도 주민 1000여명이 군청에 모여 김 군수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가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성주군은 군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편의를 위해 그동안 지원해 왔던 전기를 끊고 야간 청사 출입도 통제하는 등 주민들의 집회 차단에 나섰다.
성주군의 한 주민은 “제3후보지를 요청한 이후부터 주민들끼리 서로 의견이 다르면 말도 제대로 섞지 않는다”며 “의견이 다르면 서로 큰 싸움이 날까봐 이웃 주민이라도 서로 말을 아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제3후보지 검토를 수용한 성주 투쟁위도 의견 대립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투쟁위원들의 경우 제3후보지 수용에 반대하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주민들과 새롭게 투쟁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또 일부는 사드 제3후보지로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인근에 있는 김천시와 사드 반대 투쟁 연대도 구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천시의 반발도 점차 거세질 조짐이다.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는 24일 오후 6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주민 1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사드 배치 철회’ 주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다만, 투쟁위는 집회 순수성을 살리고 평화 시위를 위해 외부 세력을 철저히 차단한 채 집회를 갖기로 했다.
김천 투쟁위는 집회 당일 외부세력 차단을 위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파란색 리본을 나눠줄 예정이다. 김세운 김천 사드반대투쟁위 위원장은 “외부세력이 김천 집회에 참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김천시민들만 모여 사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드 제3후보지는 성주 골프장의 스카이코스 1번 홀 위쪽에 있는 임야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임야는 4만7000㎡를 규모로 성주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직선거리 600여m 떨어진 곳이다. 네모 형태를 가진 이 부지는 레이더와 6개 발사대 등이 모두 북쪽으로 향할 수 있어 남쪽 골프장에는 전자파 유해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로와 전기시설이 골프장까지 들어와 있어 공사비 절감과 공기 단축 효과 등으로 인해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성주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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