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위기는 관련학과 학생들에겐 현실이다. 다른 분야로 진학·취업하거나 재학중에 타학과를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해 ‘탈(脫)조선’하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재학생 A씨)
조선 산업 불황의 여파가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조선업에 대한 입시생들의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당장 올해 입시를 앞둔 대학들의 우수학생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조선해양공학과는 2012년부터 여름 방학기간 전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해온 ‘조선해양공학캠프’를 올해 돌연 취소했다. 학과와 연구실 소개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름 캠프는 사실상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입시설명회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60명 안팎을 유지해오던 지원자 수요가 올해에는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대는 캠프 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201명이 지원한 2013년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는 등 조짐이 안좋았는데 올해는 애초부터 캠프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공체험과 진로설계 기회를 제공하는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오픈캠퍼스에는 올해 150명 정원에 한참 모자란 28명이 지원했다. 지난 2014년 240명에서 2015년 112명, 2016년 28명으로 지원자가 급감한 것이다.
입시생들의 인식 변화는 경쟁률 수치로도 드러난다.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대입 정시모집 경쟁률은 2014년도 5.38대 1에서 2015년도 3.94대 1, 2016년도 3대 1로 하락했다.
조선 산업 위기는 재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재학생이 늘면서 취업 및 진학률 하락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생 김 모씨(27)는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조선소보다도 다른 제조업계를 알아보는 분위기”라며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의학전문대학원이나 기계과 대학원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졸업생 서 모씨(26)는 “몇 년 전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에 학과 정원의 반절 이상이 취업하기도 했지만 올해 졸업생의 겨우 두세 명 정도만 갔을 뿐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의 경우 재학생의 상당수가 전과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학과나 전기과, 기계과 등 관련성이 있고 취업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은 타 전공을 복수·부전공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관계자 전언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은 “산업 전반에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정 시간이 지나고 구조조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인데 산업의 위기가 학계에 그대로 전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한 과학고등학교 진학 담당자도 “대학교 4년 및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난 10년 후에는 조선해양산업이 또다시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당장의 업황보다도 장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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