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억원대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의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1일 또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박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서 “도주 우려가 없고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며 검찰이 두 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부장판사는 이어 “박 의원 금품 제공자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그 재판 과정에서 박 의원이 직접 참여해 반대신문을 하거나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기회가 보장된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추가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이미 회계책임자가 구속되고 장부가 압수되고서 추가 지출이 있었다는 점에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4·13 총선을 앞두고 신민당 전 사무총장 김모(62)씨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3억5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한 홍보업체로부터 선거홍보물 8000만원 상당을 납품받고 선거관리위원회에는 3400만원으로 지출 비용을 축소 신고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3억5000만원 수수 혐의로 5월 18일 박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기각 두 달 뒤인 지난달 28일 “박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말을 맞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홍보업체 관련 혐의까지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6월 23일 홍보업체와 관련해 박 의원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추가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검찰은 박 의원이 선거 때 홍보업체로부터 현수막과 명함, 포스터 등 선거홍보물을 납품받고서 축소 신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진정이 접수되자 이 홍보업체에 2000만원을 현금 지급했으며, 검찰은 이 행위가 법에 정해진 지급방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 사이 박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민당 전 사무총장 김씨는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8일 당시 서울서부지검에서 영장을 재청구한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함께 박 의원이 20대 총선 선거사범 중 가장 혐의가 무겁다며 영장 재청구의 당위성을 강조해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이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이날 서울남부지법도 박 의원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영장 재청구’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영장 기각 후 서울남부지검 청사를 나오며 “사법부가 공정한 판단을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자신의 ‘회계 처리’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검찰 수사에는 ‘오해’, ‘문제’라는 표현으로 영장 재청구까지 이어진 데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정치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신당 작업을 했었는데 거기에 오해도 있는 것 같고 제가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리한 영장 청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고 굉장히 많은 오해가 있었다”며 “(영장 기각으로) 상당히 많이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후속 회계 처리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있었으며 이런 부분을 문제삼아 영장을 재청구한 검찰의 법 집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충분하게 기각 사유를 검토해보고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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