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은행에서 발행한 전자화폐에 투자하면 1만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5100여 명에게서 315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단계 사기조직인 전자화폐 투자회사 회장 하모 씨(53)와 사장 김모 씨(57) 등 핵심 관계자 5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또 그룹장과 전국 각 지역 센터장 등 공범 4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인 공범 2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전자화폐인 ‘힉스코인’ 한국지부 격인 ‘히그스베네’를 설립하고 전국에 힉스코인 판매센터 79곳을 오픈했다.
이들은 실체도 없는 전자화폐인 힉스코인이 마치 중국 정부가 승인하고 중국 국영은행이 직접 발행한 정상적인 전자화폐인 것처럼 속였다. 개당 100원짜리 힉스코인을 사두면 2년 이내에 100만원으로 만 배나 가치가 상승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단기간에 투자자를 불리려고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해 오면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꼬드겼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은 전국에서 5100여 명을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시킨 후 이들로부터 314억8000만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이 힉스코인 한국지사로 내세운 ‘히그스베네’도 부도난 유령회사들을 인수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전자화폐 투자사업이라는 생소한 아이템을 홍보하기 위해 가짜 전문가들을 동원해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공범인 중국인을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이자 힉스코인 중국대표라고 속여 서울 강남에서 특별강연회를 여는가 하면, 국립대 교직원을 경제학 교수로 둔갑시켜 ‘힉스코인의 가치와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투자설명회도 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중국 국영은행에서 발행·관리한다고 한 힉스코인은 이들이 국내에서 임의로 만든 것이었다. 웹사이트 서버만 중국에 두고, 서울 강남에 있는 비밀 전산실에서 회원과 수당을 관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시작되자 기존 힉스코인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설해 이름만 바꾼 다른 전자화폐를 만들어 사기행각을 이어갔다”며 “이들이 만든 힉스코인은 전산에서만 수치가 올라갈 뿐 실제 아무런 가치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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