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사립대 김모교수는 요즘 학기말 시험 성적과 관련해 학생들 이메일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김 교수는 일부 이메일에 답변을 못했고 최근 “제 평가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알려달라는데 왜 답변이 없습니까, 빨리 답하세요”라는 독촉성 이메일 까지 받았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성적 평가 기간도 지났는데 계속 이메일이 오고 있다”며 “성적 정정기간에는 이메일 홍수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최악의 실업난 속 대학생들에게 학점이 생존 문제와 직결되면서 교수와 학생간 학점 갈등이 대학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통상 7월 중순이면 각 대학은 시험 성적 정정기간을 거쳐 점수를 확정하고 요즘 각 대학은 방학에 들어간 상태다. 이미 ‘버스가 떠난 셈’이지만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불만과 함께 평가 기준을 알고 싶다며 교수들은 물론 행정실까지 찾아오고 있다. 29일 B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적을 올려달라’는 읍소형이 많았다면 요즘은 ‘왜 내 성적이 이런지 평가 결과를 내놔라’며 집요하게 따지는 학생들이 많다”며 “일부는 교수 평가를 안 좋게 주겠다며 협박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부분 주요 대학내 시험이 서술형이다보니 교수들의 주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어 성적의 객관성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는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사립대에 다니는 이모씨는 “취업을 위해 학점 0.1점이 중요하다보니 납득할 수 없는 성적을 받으면 어떻게든 답변을 얻고 싶은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 공개가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교수와 학교는 이같은 학생들 의견에 난색을 표한다. 평가 세부기준을 공개하면 교수 재량권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정정 요구만 더 쌓일 것이란 의견이다.
그러나 일부 젊은 교수들은 학생들의 요구에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C대학 최모 교수의 별명은 ‘2AM’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아니다. 새벽 2시에도 학생들의 SNS나 이메일 문의에 답변을 준다는 뜻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각 학과별 교육 목표와 평가 기준은 이미 제시돼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최대한 평가 기준을 사전에 공개한다면 학생들의 불만과 항의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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