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첫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인 김병원 회장에 대해 지나치게 편파적인 표적수사를 진행,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로 몰아가고 있다”(복수의 농협 관계자)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부정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병원(63) 회장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이 6개월간 저인망 수사를 벌이며 찾으려 했던 김 회장의 금품제공 혐의는 끝내 찾지 못했다. 이에 농협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끼리의 통상적인 지지행위를 부정선거로 간주, 첫 호남 출신 농협회장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농협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위탁선거 관련 법률 위반)로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사의뢰를 받아 압수수색 6차례, 관련자 200여명 소환 등의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당초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김 회장과 최덕규(합천가야조합장) 후보간 뒷돈이 오가거나 선거 뒤 대가 제공을 약속했다는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다만 검찰은 통상적인 사전 선거운동정도의 혐의만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대의원 105명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올해 1월까지 여론조사 결과 등을 다룬 기사 등을 문자로 전송하며 자신이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향후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위탁선거법상 당선 무효에 해당돼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밀어주기의 대가로) 김 회장측이 최 조합장 측에 금품을 제공하거나 자리를 약속하는 등의 행위는 확인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의 ‘용두사미’ 수사결과에 대해 농협 안팎에서는 ‘표적 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복수의 농협 관계자는 “호남출신이 첫 농협회장직에 선출되자 정부에서 농협회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농협법 개정 작업을 하고, 특히 선거 관행을 문제 삼아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흔히 있어왔던 후보간 지지에 대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초의 호남 출신 농협 회장에 대한 수사가 또 다른 별건수사로 이어질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고 언급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편파적이란 우려가 호남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병원 회장 당선 이후 정부가 농협회장에 대한 호선제 실시와 특례조항 삭제 등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1961년에 탄생한 농협은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선출제로 바뀌기 전까지 정부에서 회장을 직접 임명했는데 당시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대의원 조합장이 농협회장을 뽑는 선출제가 아닌 농협중앙회 이사 20여 명이 따로모여 호선토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농민과 전국 조합장들의 반대 탄원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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