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취업난에 '반수' 열풍…쉬워진 수능도 원인으로
올해 서울에서도 손가락으로 꼽히는 명문대에 입학한 김모(19)양은 첫 학기를 마친 지난 17일 휴학계를 냈습니다.
5개월 남은 수능을 다시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변에서는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인 대학인데 왜그러느냐"고 말렸지만 한 학기를 지낸 그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선택한 학과였지만 막상 입학해 취업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는 선배들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나 '인구론(인문계 구십퍼센트가 논다)'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겨 웃어 넘겼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피부로 느낀 취업난은 새내기인 그조차 더럭 겁나게 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부모와 상의해 '반수(半修)'를 하기로 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반학기 동안 수능을 준비해 좋은 성적이 나오면 새로운 대학을 선택하고, 여의치 않으면 복학할 셈입니다.
그는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도 하는데 한 학기 휴학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반수를 해서 취업만 잘 된다면 남들에게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에 반수를 선택하는 새내기들이 적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대학이지만 취업 걱정에 휴학계를 내고 수능에 재도전하겠다며 입시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지방대생일수록 반수에 대한 고민은 더 큽니다.
충북의 모 대학에 입학한 최모(19)군도 1학기 종강과 함께 휴학하고 반수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해 원했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적성과는 무관하게 점수에 맞춰 입학한 터라 학과 공부에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한 학기를 허송세월했습니다.
취업 걱정까지 겹쳐지자 그는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며 수능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최군은 "요즘 같이 취업 경쟁이 치열한 때 캠퍼스의 여유와 낭만은 사치"라며 "실패해도 복학하면 되니 더 밑으로 내려갈 일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서울의 유명 학원들은 물론 지방의 입시학원들은 대학 1학기 종강에 맞춘 지난주 앞다퉈 '반수반'을 개설, 수능 재도전에 나서는 대학생 유치전에 나섰습니다.
대학 학적을 유지하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국의 반수생 수를 따로 집계한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반수생 대부분은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인 6월 수능 모의평가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그 수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재수생 인원과 11월 수능시험에 응시한 재수생의 차이를 반수생 숫자로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종로학원 하늘교육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수생 수는 2013년 6만1천991명(전체응시 인원 대비 반수생 비율 10.1%), 2014년 6만6천440명(〃 10.9%), 지난해 6만9천290명(〃 11.4%)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달 실시한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재수생 응시자 수가 6만8천192명으로 예년보다 1천명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반수생 수는 7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입시기관은 보고 있습니다.
반수생 증가는 수도권 명문대나 인기학과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휴학을 했다가 복학하지 않고 자퇴하는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평균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2013학년도 4.15%, 2014학년도 4.18%, 2015학년도 4.13%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수도권 대학의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최근 3년간 2.92∼3.03%로 평균을 크게 밑도는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4.38∼4.43%에 달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2015학년도 기준 서울 2.54%, 경기 3.55%, 충북 3.94%, 경북 4.79%, 전북 4.89%, 강원 4.96%, 전남 6.58%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중도 포기학생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수도권 상위 대학을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반수에 도전하는 지방대 학생이 느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없으면 지방대의 학생 중도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부쩍 쉬워진 수능도 반수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책적으로 수능을 쉽게 유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기조입니다. 반수생들이 6개월의 재수만으로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편입학 모집 인원이 해마다 줄고, 대학 생활과 취업 등에서 편입생이라는 꼬리표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수를 선호한다는 게 학원가 설명입니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 각오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수에 도전하는 것은 자칫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이미 대학에 합격한 상태인 반수생들은 일반 재수생과는 달리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달려들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올해 서울에서도 손가락으로 꼽히는 명문대에 입학한 김모(19)양은 첫 학기를 마친 지난 17일 휴학계를 냈습니다.
5개월 남은 수능을 다시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변에서는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인 대학인데 왜그러느냐"고 말렸지만 한 학기를 지낸 그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선택한 학과였지만 막상 입학해 취업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는 선배들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나 '인구론(인문계 구십퍼센트가 논다)'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겨 웃어 넘겼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피부로 느낀 취업난은 새내기인 그조차 더럭 겁나게 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부모와 상의해 '반수(半修)'를 하기로 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반학기 동안 수능을 준비해 좋은 성적이 나오면 새로운 대학을 선택하고, 여의치 않으면 복학할 셈입니다.
그는 "취업을 위해 재수, 삼수도 하는데 한 학기 휴학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반수를 해서 취업만 잘 된다면 남들에게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에 반수를 선택하는 새내기들이 적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대학이지만 취업 걱정에 휴학계를 내고 수능에 재도전하겠다며 입시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지방대생일수록 반수에 대한 고민은 더 큽니다.
충북의 모 대학에 입학한 최모(19)군도 1학기 종강과 함께 휴학하고 반수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해 원했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적성과는 무관하게 점수에 맞춰 입학한 터라 학과 공부에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한 학기를 허송세월했습니다.
취업 걱정까지 겹쳐지자 그는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며 수능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최군은 "요즘 같이 취업 경쟁이 치열한 때 캠퍼스의 여유와 낭만은 사치"라며 "실패해도 복학하면 되니 더 밑으로 내려갈 일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서울의 유명 학원들은 물론 지방의 입시학원들은 대학 1학기 종강에 맞춘 지난주 앞다퉈 '반수반'을 개설, 수능 재도전에 나서는 대학생 유치전에 나섰습니다.
대학 학적을 유지하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국의 반수생 수를 따로 집계한 자료는 없습니다. 다만, 반수생 대부분은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인 6월 수능 모의평가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그 수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재수생 인원과 11월 수능시험에 응시한 재수생의 차이를 반수생 숫자로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종로학원 하늘교육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수생 수는 2013년 6만1천991명(전체응시 인원 대비 반수생 비율 10.1%), 2014년 6만6천440명(〃 10.9%), 지난해 6만9천290명(〃 11.4%)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달 실시한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재수생 응시자 수가 6만8천192명으로 예년보다 1천명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반수생 수는 7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입시기관은 보고 있습니다.
반수생 증가는 수도권 명문대나 인기학과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휴학을 했다가 복학하지 않고 자퇴하는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평균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2013학년도 4.15%, 2014학년도 4.18%, 2015학년도 4.13%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수도권 대학의 학업 중도 포기 학생 비율은 최근 3년간 2.92∼3.03%로 평균을 크게 밑도는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4.38∼4.43%에 달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2015학년도 기준 서울 2.54%, 경기 3.55%, 충북 3.94%, 경북 4.79%, 전북 4.89%, 강원 4.96%, 전남 6.58%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중도 포기학생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수도권 상위 대학을 졸업해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반수에 도전하는 지방대 학생이 느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없으면 지방대의 학생 중도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부쩍 쉬워진 수능도 반수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책적으로 수능을 쉽게 유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기조입니다. 반수생들이 6개월의 재수만으로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편입학 모집 인원이 해마다 줄고, 대학 생활과 취업 등에서 편입생이라는 꼬리표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수를 선호한다는 게 학원가 설명입니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 각오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수에 도전하는 것은 자칫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이미 대학에 합격한 상태인 반수생들은 일반 재수생과는 달리 절박함이 덜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달려들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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