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관들이 '사설탐정(민간조사원)'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단체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사설탐정 도입은 경찰관의 퇴직 후 일자리 구하기가 수월해진다는 측면에서 경찰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향후 이 단체의 역할과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19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대한공인탐정연구원' 회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사설탐정 제도를 연구하고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단체로, 퇴직 경찰관과 정년이 5년 이내로 남은 현직 경찰관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전·현직 경찰관이 직접 사설탐정 도입 추진 단체를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주로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관계자들이 사설탐정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대한공인탐정연구원은 정수상 전 고양 일산경찰서장을 회장으로 하고 회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조만간 결성할 방침입니다. 특허청에 로고의 상표등록도 마쳤다고 합니다.
이 단체 결성을 주도하는 인사들은 전·현직 경찰관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 일부 심부름센터·흥신소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불법·음성화 논란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경찰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설탐정 도입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민간조사제도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라는 소책자를 내 민간조사업이 도입되면 1만 5천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1조 2천724억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는 등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찰 안팎에서는 19대 국회 때 4명에 불과한 경찰 출신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8명으로 늘어나 이번에는 제도 도입이 수월할 것으로 내심 기대합니다.
영미권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사설탐정을 합법화했다는 점도 이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 강조하는 논리입니다.
이 단체 홍보를 맡은 김규식 서울 종로경찰서 경무과장은 "보험·의료사고 분쟁을 비롯한 각종 민사소송 사건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서민들이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며 "개인 대 법인이나 서민 대 재력가 등 정보 격차가 큰 사건에서는 공인탐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설탐정이 도입되면 오히려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있어 제도 도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변호사 단체들은 공권력이 아닌 민간에 각종 사건의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뜻을 그간 밝혀왔습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송영근·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해 민간조사업 도입 법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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