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여대생이 갖고 있던 1억5000만원 상당의 명품 첼로를 훔쳐 달아난 택시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새벽 술에 취한 음악대학원생 박모(25·여)씨가 성수역 인근 보도에 잠시 첼로 가방을 세워둔 사이 이를 택시 트렁크에 넣고 달아난 혐의(절도)로 택시기사 이모(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16일 밤 신촌에서 지인들과 술을 먹고 지하철로 귀가하다 종착역인 성수역에서 내렸다. 택시를 잡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있던 박씨는 두 시간여 동안 주변을 배회하다 첼로를 보도 위에 내려놓고 인근 화장실을 향했다. 택시 안에서 박씨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계속 지켜본 이씨는 박씨가 첼로를 놓고 자리를 비우자 첼로를 택시 트렁크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3일 동안 첼로를 보관해온 이씨는 첼로가방에 적혀 있는 박씨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보상금을 요구했다. 경찰은 피해품이 1억5000만원의 고가라 국내 유통시 악기에 대한 소유권 증서 없이는 처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씨가 깨달아 박씨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품은 17~18세기 이탈리아 현악기 제작 명가인 구아르네리우스가(家)가 1780년에 만든 희귀품이다.
경찰은 20일 첼로를 돌려주고 보상금을 받기 위해 이씨를 만나러 나온 박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주인을 찾아줄 생각으로 첼로를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가 그간 분실물 신고를 하지 않은 점과, 이씨가 두시간 동안 박씨의 모습을 지켜본 뒤 트렁크를 열고 닫기를 반복한 게 CCTV상 드러남 점을 근거로 박씨가 처음부터 물건을 훔칠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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