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고 126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49·사법연수원 21기·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고강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공소시효’ 문제가 발목을 잡지만 김수남 검찰총장(57·16기)이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라”는 지시를 내린 만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의혹 전반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 전반에 대해 수사 초점이 모아진다. 검찰은 넥슨이 2005년 6월 진 검사장 포함한 3명에게 각각 4억2500만원의 회사 자금을 빌려주면서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4개월 만에 변제했다는 회사 해명은 사실인지, 돈을 빌려주면서도 이자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04년부터 일본 증시 상장이 기정사실화 돼 10만원이 넘는 장외시세가 형성됐는데 이보다 싸게 거래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진 검사장이 구체적인 상장 계획 등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검찰은 주식을 판 이 모 전 넥슨아메리카 법인장(54), 진 검사장과 함께 주식을 산 김상헌 네이버 대표(54), 박 모 전 NXC 감사(48) 등 관련자를 소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한 것 자체가 대가성인지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그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3월 말 스스로 “자기 돈”이라고 했다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민일영·이하 윤리위)가 실사에 돌입하자 “장모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소명했다. 이후 다시 “넥슨으로부터 빌린 돈”이라며 두 번씩이나 자금 출처에 대해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식 거래 이면의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무이자로 자금을 대여한 2005년 6월을 전후해 그가 회사와 관련된 비리 첩보를 무마하거나 내사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해 회사의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드러난다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은 당시 전국 검찰청의 넥슨 관련 수사나 내사 기록, 범죄 첩보들이 있었는지부터 파악하고, 이해가 얽힌 사건이 있다면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하던 진 검사장이 관련 사건들에 영향력을 끼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모든 사실관계를 밝히려면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48)의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넥슨이 밝힌대로 회사에 우호적인 장기투자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진 검사장이 낙점된 것인지 아니면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불미스러운 일에 대비해 검사 친구에게 일종의 ‘보험’을 든 것인지 물어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뢰 시점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의 뒤를 봐준 정황이 직접 확인되지 않는 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지는 형사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자금을 받았을 때 넥슨이 전국 어느 검찰청에서든 수사나 내사를 받는 사건이 존재하고, ‘문제가 생기면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이 있어야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가 된다”며 “약속이 있더라도 무언의 약속일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혐의가 있더라도 밝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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