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쓴 혐의로 동료 교수가 구속된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연구활동의 전면적 혁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은 7일 성낙인 총장에게 제출한 건의문에서 “서울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련된 교수와 해당 연구팀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포함해 서울대 연구 활동 전반을 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서울대의 연구 활동을 관장하는 체제 전반의 허점을 드러냈다”며 “연구윤리 정립을 포함해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교협은 구속된 수의대 조 모 교수에 대해 “그는 김앤장이 실험 결과를 옥시 측에 유리하게 왜곡해서 활용한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생식독성실험의 유해성이 분명한 상황에서 그런 주장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흡입독성실험의 결론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교협은 “독성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나온 근거가 살균제를 흡입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도 실험군과 마찬가지로 호흡기 질환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과학실험의 기본과 어긋난다”며 “살균제를 흡입하지 않은 대조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실험 환경과 진행이 잘못된 증거일 뿐이며 실험을 다시 해서 확인할 일이지 독성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릴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조 교수가 개인적으로 수령한 1200만원 성과금에 대한 해명은 동료 연구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부에서 제공되는 연구비는 학문연구에 필요한 경비에 국한되며 결코 연구에 대한 개인 보상이나 대가로 제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조 교수에 대해 서울대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교협은 “의학·보건학, 약학, 화학 · 화공 분야를 비롯한 숱한 전문 영역에서 서울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이 사건을 연구부정의 개별 사례로서 처리하는데 머물 것이 아니라 기업의 용역 연구를 포함해 서울대 연구 활동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말 조 모 교수(57)를 직위해제했다. 서울대는 조만간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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