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 사이트 따라 천차만별 "뭘 믿어야…"
대전에 사는 주부 박모(38)씨의 하루는 스마트폰을 열고 오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전 세계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가 사는 둔산동의 대기질 오염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들어 알게 된 뒤 접속해봤는데, 인터넷 포털에 뜬 미세먼지 농도와 배 이상 차이가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6일 오전 11시 현재 시각으로 검색해 보니 대전의 미세먼지 정보는 적게는 29㎍/㎥에서 많게는 62㎍/㎥까지 나옵니다.
같은 시각 포털의 대전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19㎍/㎥.
유럽연합(EU) 기준으로 60㎍/㎥가 넘으면 경고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는 80㎍/㎥가 넘어야 '나쁨'으로 인정합니다.
모처럼 맞은 휴일인데, 오늘도 바깥나들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산 캠핑장비는 아직 펴보지도 못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일으킨다는데, 오뉴월에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심란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 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미세먼지 배출 원인이 고등어를 구울 때 나는 연기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문과 창문을 닫고 주방에서 구우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천290㎍/㎥까지 치솟아 미세먼지 주의보 기준인 90㎍/㎥의 2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하니 무섭기만 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고등어라고는 사 먹어 본 적이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집안 환기를 할 수 없게 된 뒤로는 집에서 생선을 구워본 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창 자랄 시기에는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걱정됩니다.
삼겹살과 고등어를 먹지 않아 빈혈이 발생할 확률과 미세먼지를 모두 들이마셔 폐질환이 발생할 확률 사이에서 어떤 게 더 높은지 저울질하다 그냥 평소처럼 치킨을 시켜먹기로 합니다.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동네 키즈카페를 검색해 아이들을 남편과 함께 내보낸 뒤, 집안 대청소를 합니다.
대충 빗자루질만 한 다음 방바닥을 걸레로 훔치는 방식으로 청소를 한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해도 미세먼지는 걸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먼지를 일으켜 청소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뉴스를 본 뒤로는 청소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찜찜함이 가시지 않아 어제 인터넷 카페에서 본 미세먼지 청소법을 적용해 봅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매트에 굵은 소금을 뿌린 뒤 싹싹 문질렀더니, 하얗던 소금이 10분 만에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이걸 온 가족이 다 먹고살았다니, 머릿속이 새하얘집니다.
당장 공기청정기라도 사야 하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쓸만한 것들은 5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주부들을 위해 미니 공기청정기부터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준다는 미세방충망까지 2만∼3만원대의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봄철 황사만 지나가면 괜찮아지려나 했더니,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입니다.
지난해 겨울 미세먼지 수치는 역대 최악이었다던데.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에 들어서며 기대에 찬 얼굴로 묻습니다.
"엄마! 내일모레 현장학습 때 미세먼지 어떻대?"
아이를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습니다.
소풍 가기 전날 밤 "제발 비는 내리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던 한 소녀는 30년 뒤에 "미세먼지가 없기를, 황사가 없기를, 오존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옆에서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던 남편이 책가방에 황사용 마스크를 집어 넣습니다.
주말이면 산에 올랐던 남편은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나갈 생각을 안 합니다.
등산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인데, 3∼4시간 미세먼지를 마시고 돌아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남편의 설명입니다.
충남 금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괜찮으실지 걱정입니다.
얼마전 금산지역의 미세먼지 수치가 300㎍/㎥ 가까이 치솟아 마스크를 쓰시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도, 온종일 텃밭에 나가 일을 하셨습니다.
건강을 위해 귀향하셨는데, 농사가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밖에서 종일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나.
답답한 마음처럼 뿌연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립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대전에 사는 주부 박모(38)씨의 하루는 스마트폰을 열고 오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전 세계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가 사는 둔산동의 대기질 오염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들어 알게 된 뒤 접속해봤는데, 인터넷 포털에 뜬 미세먼지 농도와 배 이상 차이가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6일 오전 11시 현재 시각으로 검색해 보니 대전의 미세먼지 정보는 적게는 29㎍/㎥에서 많게는 62㎍/㎥까지 나옵니다.
같은 시각 포털의 대전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19㎍/㎥.
유럽연합(EU) 기준으로 60㎍/㎥가 넘으면 경고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는 80㎍/㎥가 넘어야 '나쁨'으로 인정합니다.
모처럼 맞은 휴일인데, 오늘도 바깥나들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산 캠핑장비는 아직 펴보지도 못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일으킨다는데, 오뉴월에 콧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심란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 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미세먼지 배출 원인이 고등어를 구울 때 나는 연기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문과 창문을 닫고 주방에서 구우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천290㎍/㎥까지 치솟아 미세먼지 주의보 기준인 90㎍/㎥의 2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하니 무섭기만 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고등어라고는 사 먹어 본 적이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집안 환기를 할 수 없게 된 뒤로는 집에서 생선을 구워본 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창 자랄 시기에는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걱정됩니다.
삼겹살과 고등어를 먹지 않아 빈혈이 발생할 확률과 미세먼지를 모두 들이마셔 폐질환이 발생할 확률 사이에서 어떤 게 더 높은지 저울질하다 그냥 평소처럼 치킨을 시켜먹기로 합니다.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동네 키즈카페를 검색해 아이들을 남편과 함께 내보낸 뒤, 집안 대청소를 합니다.
대충 빗자루질만 한 다음 방바닥을 걸레로 훔치는 방식으로 청소를 한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해도 미세먼지는 걸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먼지를 일으켜 청소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뉴스를 본 뒤로는 청소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찜찜함이 가시지 않아 어제 인터넷 카페에서 본 미세먼지 청소법을 적용해 봅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매트에 굵은 소금을 뿌린 뒤 싹싹 문질렀더니, 하얗던 소금이 10분 만에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이걸 온 가족이 다 먹고살았다니, 머릿속이 새하얘집니다.
당장 공기청정기라도 사야 하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쓸만한 것들은 5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주부들을 위해 미니 공기청정기부터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준다는 미세방충망까지 2만∼3만원대의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봄철 황사만 지나가면 괜찮아지려나 했더니,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입니다.
지난해 겨울 미세먼지 수치는 역대 최악이었다던데.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에 들어서며 기대에 찬 얼굴로 묻습니다.
"엄마! 내일모레 현장학습 때 미세먼지 어떻대?"
아이를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습니다.
소풍 가기 전날 밤 "제발 비는 내리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던 한 소녀는 30년 뒤에 "미세먼지가 없기를, 황사가 없기를, 오존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옆에서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던 남편이 책가방에 황사용 마스크를 집어 넣습니다.
주말이면 산에 올랐던 남편은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나갈 생각을 안 합니다.
등산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인데, 3∼4시간 미세먼지를 마시고 돌아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남편의 설명입니다.
충남 금산에 사시는 부모님은 괜찮으실지 걱정입니다.
얼마전 금산지역의 미세먼지 수치가 300㎍/㎥ 가까이 치솟아 마스크를 쓰시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도, 온종일 텃밭에 나가 일을 하셨습니다.
건강을 위해 귀향하셨는데, 농사가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밖에서 종일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나.
답답한 마음처럼 뿌연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립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