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인증 안거치는 KT·LG유플러스 요금 결제…범죄 줄줄이 악용

콜센터를 통해 다른 예금주의 계좌로 통신요금을 즉시 결제할 수 있는 KT와 LG유플러스의 요금 결제 정책이 범죄에 악용됐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얻은 타인의 생년월일과 계좌번호를 제시해 통신요금을 대신 결제하고 이를 환급 받아 유용한 혐의(사기)로 한모씨(25)를 구속하고, 임모 씨(2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 3월 9일부터 4월 29일까지 KT와 LG유플러스 콜센터에 전화해 요금 미납자의 아빠, 삼촌, 형을 사칭한 뒤 자신의 계좌에서 미납 통신요금(소액결제)이 결제될 수 있도록 요청해 13명의 계좌에서 1940만 원의 통신요금이 부당하게 결제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예금주의 계좌번호와 생년월일만 있으면 유선 통화 확인 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동통신사들의 업무처리 헛점을 악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SK텔레콤에도 같은 범행을 시도했지만 휴대폰 소유주와 통장 소유주가 일치해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콜센터에 제시한 13명의 계좌번호와 생년월일은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 판매 등의 글을 올린 피해자들에게 구매할 것 처럼 접근해 계좌번호와 생년월일을 알아냈다. 피해자가 생년월일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SNS 등에 노출된 신상정보(생년월일)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 계좌로 통신요금이 결제되자 마자 다시 콜센터로 전화해 “결제가 잘못됐다”며 환불을 요청하고, 거부하는 상담원에게는 욕설을 하거나 상급자 연결을 요청해 자신의 계좌로 통신요금을 환급 받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휴대폰에서 월 80~100만 원까지 사용 가능한 소액결제 등을 이용해 게임아이템을 구매하고 이를 속칭 ‘깡’ 업자에게 되팔아 현금을 만들어 유흥비로 사용하다 요금 미납으로 소액결제가 불가능해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가족 또는 지인을 사칭해 계좌번호와 생년월일 정보를 알려주고 요금 결제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번 건과 같은 범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당 이동통신사는 타인계좌 결제에 대한 인증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13명중 대부분은 해당 이동통신사로부터 피해 금액을 돌려받았지만 KT 고객 한명은 입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불 받지 못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