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야간축제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서울 정동길 일대에서 열린다.
평소 문을 굳게 걸어잠갔던 외국 대사관, 종교시설들도 이날 만큼은 문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이할 예정이다. 덕수궁, 시립미술관 등은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방문객들을 허락한다. 한국 근대문화 유산의 보고인 정동에서 늦은 봄 마지막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16일 서울 중구는 오는 27~28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3회 째를 맞은 정동야행 축제는 27일 오후 6시부터 10시, 2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열린다. 27일 오후 7시에는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열고 화려한 시작을 알린다.
정동야행 축제를 맞아 마크 리퍼트 대사가 머물고 있는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는 지난 해 봄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28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개방한다. 영국대사관은 추첨으로 80명을 선발해 2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내부 시설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정동야행 홈페이지(culture-night.junggu.seoul.kr)에서 18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캐나다대사관도 정원·도서관 등 일부 시설을 개방하고 포토존을 마련한다.
1925년 설립돼 아름다운 한옥으로 정평이 난 성공회성가수녀원은 이례적으로 27일 오후 2시부터 정원을 공개한다. 18일까지 정동야행 홈페이지 신청을 받아 80명을 선정한다. 인근에 서양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1905년 세워진 경운궁 양이재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밀집해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밖에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도 27~28일 저녁 6시와 7시 총 4회 추가로 개방한다.
콘서트와 거리 음악회 등 풍성한 공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덕수궁 중화전 앞에선 27일 오후 7시 30분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 28일 같은 시간에는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고궁음악회가 낭만을 더한다. 덕수궁 돌담길에선 거리공연, 시립미술관 앞마당에서는 인형극 공연도 펼쳐진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정동을 탐방하는 코너도 있다. 90분간 구 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덕수궁 중명전 등을 둘러본다.
구한말 서양 신문물이 대거 도입됐던 정동의 1900년대 전후 시대상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가발전기를 이용해 꼬마 백열전구로 행사장 일대에 불을 켜는 ‘덜덜불 골목 체험’이 대표적이다. 덜덜불은 1901년 덕수궁 백열전구가 설치됐을 때 발전기가 덜덜거리며 요란하게 돌아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모르스 부호로 신호를 주고받는 ‘전신으로 소통하다’, 고종이 즐겼던 방식처럼 원두를 절구에 갈아 커피를 만들어 보는 ‘가비의 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밖에 옛 신문사에서 쓰던 납활자기를 이용해 가족신문 만들기, 옛날 방식대로 고종이 가지고 다녔던 시계 만들기, 근대 복식을 입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묘화양복점 행사 등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최창식 구청장은 “지난해 두 차례 정동야행축제에 무려 19만명 이상이 찾아와 올해도 많은 방문객이 기대된다”며 “근대문화유산이 몰려있는 정동에서 아름다운 밤을 보내며 멋과 추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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