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 사람을 두고 우리는 흔히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만=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비만을 판단하는 체질량측정지수(BMI)는 개인이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진단하는 척도 중 하나로 꼽히곤 했다. BMI 지수는 25에서 29.9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체중, 30을 넘어서는 이들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최근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의료 연구진들은 4만2000여명의 미국인들의 샘플을 조사해 ‘BMI지수가 높으면 무조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들은 4만2000여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혈압, 콜레스테롤 지수, 포도당과 인슐린 수치 등을 측정해 신체적으로 건강한지 판단했다.
그 결과 4만2000여명 중 비만인 집단에선 45%가량이 건강한 것으로 나왔다. 45% 수치 중 29%는 중도 비만이었고, 16%는 고도 비만이었다. 반면 정상 체중 집단에선 30%가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
UCLA의 연구진은 “BMI지수로 개인의 건강을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미국의 미식축구스타 톰 브래디(Tom Brady)를 예시로 들며 “그 역시 BMI지수로만 본다면 비만 집단에 속해 건강하지 않다는 편견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BMI 지수에는 함정을 지적한다. 우선 BMI 지수는 근육과 지방을 구별하지 않고 전체 몸무게만을 토대로 비만 여부를 판단한다. 또 지방 중에서도 나쁜 지방과 좋은 지방이 있는데 이를 식별하지 않고 건강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국제비만연구협회(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따르면 여전히 대부분의 병원들은 BMI지수를 토대로 환자의 건강 여부를 판단한다. 또 미국의 유명 기업과 보험회사들을 BMI지수를 기본으로 해 보험료를 책정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물론 BMI지수가 어느 정도 비만율을 이야기해 줄 순 있지만 건강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여러 다양한 정밀검사를 통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온 검사들 중 가장 싸고 빠르게 개인의 비만이나 건강을 대변해 주는 수치는 BMI라고 알려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BMI지수가 절대적인 척도의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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