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살균제 제조사인 영국계 다국적기억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를 받아 실험을 수행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의 보고서가 애초 실험 결과와 달리 조작됐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책임 교수와 연구진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3일 확인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 2월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서 서울대 연구팀이 회사 측에 회신한 실험 결과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조작 경위를 확인 중입니다.
검찰은 정확한 조작 경위와 책임자를 가리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부터 옥시 측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 2월 말 특별수사팀 구성 이후 두달 반 만에 수사가 본격적인 피의자 소환, 형사처벌 단계에 이를 전망이어서 사망사고가 벌어진 지 5년 만에 정확한 책임 소재 규명과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결과 서울대 연구팀이 애초 옥시레킷벤키저 측에 제시한 실험 결과와 달리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실험 결과를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옥시레킷벤키저 측의 실험 의뢰를 받은 서울대 연구팀 C교수 등 연구진을 최근 소환해 보고서가 당초 실험 결과와 달라진 경위를 집중 조사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이 실험 결과를 왜곡해서 만든 보고서를 옥시 측에 넘겼는지, 옥시 측에 보고서가 넘겨진 이후 조작됐는지 등을 가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교수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조작 경위 등에 대한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편견 없이 전달하려면 변호인과 상의를 해봐야겠다"며 통화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꺼버렸습니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서울대 연구팀에 실험을 의뢰한 것은 문제가 된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에 대한 정부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폐 손상 조사위원회는 살균제의 주성분 'PHMG'가 피해자들을 죽게 했다며 유독성을 인정한 제품입니다.
그러나 옥시 측이 검찰에 제출한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에는 2011년 조사위원회가 실시한 것보다 낮은 PHMG 공기 중 농도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가 반영돼 유해성이 없는 것처럼 나타났습니다.
옥시 측은 이를 근거로 "우리 회사 제품에 유해성이 없다"는 보고서를 변호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자문까지 거쳐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신부와 영유아 등이 급성 폐질환으로 숨지자 유가족 등 110여 명을 모아 2012년 관련 업체들을 검찰에 고소,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사건이 4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올 1월2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전담 수사팀이 꾸려지고 검사 6명이 투입되면서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냈습니다.
지난 2월23일에는 옥시레킷벤키저 전, 현직 임원 29명이 추가 고발됐으며 현재까지 총 19개 기업 전, 현직 임직원 256명이 고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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