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K대 학생인 A씨(23)는 최근 학점교류를 신청해 용산구에 위치한 S대에서 수업을 들었다. A씨는 회계와 재무관리 등 어려운 전공과목을 학점교류 대학에서 수강해 A플러스를 받았다. 성적표를 확인한 그는 “교수님께서 절대평가로 학점을 주시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만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는 “학점교류 대학을 선택할 때 아무래도 경쟁 상대에 비해 점수를 얻기 유리한 학교를 찾게 된다”며 “본교와 달리 조모임이나 과제 제출이 없는 전공 과목을 학점교류 대학에서 골라 듣는 학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업난으로 경쟁에 내몰린 대학생들이 학점을 높이기 위해 본교 캠퍼스가 아닌 학점교류 대학이나 지방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는 등 ‘학점테크(학점과 테크놀로지의 합성한 조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점테크 방법은 상대평가인 본교가 아닌 학점교류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전공과목을 학점교류를 통해 수강하면 본교의 전공승인 절차를 거쳐 전공학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학점교류생들은 듣고자 하는 수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본교 커뮤니티, 인터넷 검색 등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에서 학점을 잘 주는지, 어떤 교수가 ‘A 폭격기(대부분의 학생에게 A학점을 주는 교수나 과목)’인지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처럼 절대평가를 노린 학점테크가 논란이 되자 몇몇 대학들은 학점교류생에게도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성동구 H대는 본교 학생이 학점교류 수업을 들어도 평점 환산에 포함하지 않고 전체취득 학점에만 합산해 성적상승 여지를 막았다.
이 외에 지방캠퍼스가 있는 서울 Y대는 학생들이 계절학기 등을 이용해서 학점을 따기 위해 지방 캠퍼스로 원정수강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B씨(22)는 “지방 캠퍼스 학생들과 경쟁하면 교양과목이나 전공과목 등에서 학점을 따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집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숙사를 신청해서 계절학기 동안 이 지역에 머물면서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초수강일 때는 교차인정이 되는 과목, 재수강일 때는 학정번호가 동일한 과목에 캠퍼스 간 교차수강이 가능하다. 지방 캠퍼스에서 개설된 일부 계절학기 수업의 경우 서울에서 내려온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절대평가를 노린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성북구 소재 K대 학생들 중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인원을 모아 폐강 위기인 강의를 일부로 찾아 듣는 학점테크를 구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수강생이 일정수 미만이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성적을 매기기 때문이다. 절대평가 인원 기준은 학교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0~20명 사이에서 형성된다. 반대로 수강생 수가 절대평가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선을 살짝 넘으면 수업 첫날 학생들끼리 누가 수강을 철회할지 제비뽑기 등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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