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밀입국 사건 등 부실한 보안 상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밀반입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경찰이 붙잡은 마약 운반책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3회에 걸쳐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필로폰 3㎏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10만여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지난해 서울 전역에서 압수한 필로폰 1.3㎏의 2배가 넘는 양이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을 국내에 몰래 들여와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마약조직 운반책 송 모씨(44)를 구속하고, 검거 당시 소지한 필로폰 1㎏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로폰을 구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1㎏씩 인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 배낭 속 칸막이 사이에 넣고 그 입구를 꿰매는 수법으로 필로폰을 숨긴 뒤 공항입국장을 버젓이 통과했다. 밀반입한 필로폰은 KTX 특송 화물로 부산에 보내 유통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지난달 12일 송씨는 같은 수법으로 필로폰 1㎏을 밀반입하다가 미리 첩보를 입수하고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송씨는 부산 등에서 마약을 유통하다가 지명수배돼 2008년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은신한 밀반입 총책 김 모씨(56)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등은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인물을 운반책으로 뽑고, KTX 특송 화물로 보낸 마약도 필리핀에 거주하는 운반책이 귀국한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국내 조직원들이 회수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점조직으로 구성된 마약 조직의 밀반입 총책은 다른 조직원을 검거해도 밝히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인적사항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며 “인터폴·필리핀 현지 코리안 데스크와 공조해 빠른 시일 내에 김씨를 검거하고 조직을 일망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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