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협력해 남북 수출 창구가 확대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원산지 증명, 수출 지원 등 경제 협력 문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22일 출입기자단과 2016년 신년 인터뷰를 갖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를 허용한지 꽤 됐다”며 “체제 불안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무역 거래선을 활용해 북한산 물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중개 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조선상의 원산지 증명서를 근거로 대한상의가 북한산이라는 원산지 증명서를 발행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온실가스 배출권도 서로 거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선상의는 2004년 출범한 북한 기업들 단체다. 박 회장은 “정부와 협의를 해봐야 하지만 제가 국제상업회의소(ICC) 집행위원이기 때문에 ICC를 통하면 (협력이) 될 것 같다”고 남북 경협을 낙관했다.
정부 규제와 관련해서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네거티브 규제’(최소한 금지사항 이외 모든 활동을 허용)를 골자로 한다. 2014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5개월이 넘도록 계류 중이다.
박 회장은 “드론, 핀테크 등 새로운 창업이 세계 경제를 몰아가고 있고, 기업들이 거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라며 “허락해준 것 아니면 무조건 못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고쳐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나오는 대로 사업화해 해외와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끝내 국회 문턱을 못 넘은 기업활력 제고특별법(원샷법)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야당도 경제주체들을 조금 성숙한 사람으로 대접해달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청년 퇴직 사태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 회장은 두산 회장을 겸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취업난, 수저론 등 열심히 노력해도 과연 내가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지 잘 안보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어쨌든 기성세대로서 청소년들에게 참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의 틀, 시스템,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좀 바꿔서 우리 젊은 아이들이 일하는 문화를 고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00개 기업 직장인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야근이 평균 2~3일 이더라”며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고쳐나가는 등 대한상의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일터 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답답하지만 아주 서서히 성장하면서 불확실성은 있는 상황’으로 요약했다.
그는 올해 리스크 요인으로 ▲세계 경제 저성장 ▲중국 성장률 둔화 ▲미국 금리인상과 그 영향을 받는 위험 국가들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통화·재정정책으로 쓰는데 따른 불확실성 등을 손꼽았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를 ‘현상 유지’(status quo) 상태로 보고 있다”며 “크게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능동적인 투자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경제팀에 대해서는 “ 계획한 것을 착실히 수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일관된 정책과 함께 입법부와 협조해 기업들이 일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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