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담합으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맞은 업체들에 대해 대법원이 실제 담합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서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6곳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4일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담합의 직접 증거인 자진신고자 측 진술이 이미 숨진 임원의 전언이고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아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며 “정황만으로는 가격인상을 담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라면 가격은 사실상 정부 관리대상이고 원가상승 압박이 있으므로 선두업체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이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오뚜기·한국야쿠르트·삼양식품과 함께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를 꾸리고 2001∼2010년 6차례 라면가격을 담합해 올렸다가 108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각각 98억원,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소송을 내 대법원 심리 중이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를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업체 6곳과 임직원 1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건설·대림산업·지에스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은 벌금 7500만원, 삼성중공업은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우건설은 상고를 취하해 2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7500만원이 확정됐다. 벌금 7500만원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담합행위를 한 업체에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삼성중공업 전 토목영업팀장 조모씨(61)는 벌금 3000만원이 확정됐다.
이들은 2009년 1월~9월 14개 보(洑) 공사 입찰에서 건설사 협의체를 만들어놓고 ‘들러리 설계’ 등 수법을 동원해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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