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설립을 위해 준비해왔던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건물 준공까지 마쳤는데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B시에서 “관내 요양병원이 과다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불허가 처분을 내린 것. 행정심판위원회는 B시가 시민의 의료선택 기회를 제한한 처분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C사는 국토개발과 관련된 법령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 D시에 비료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D시는 별도 지침을 만들어 추가로 제한 업종을 지정했다. D시는 이를 근거로 공장설립 신청을 불허가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공무원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인사혁신처가 펴낸 소극행정, 적극행정 사례집에 담긴 내용이다. 국가보다는 공무원 개인을 앞세운 무사안일(無事安逸), 복지부동(伏地不動) 사례를 발굴해 공직사회의 바람직한 업무문화 정착을 위해서다. 인사처는 소극행정은 근절하고 적극행정은 장려하기 위해서 이 같은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적극행정 과정에서 발생한 담당자 과실에 대해 면책을 인정받은 감사사례, 규제개혁 사례 등도 수록됐다.
규정상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업체와 음식물쓰레기처리 대행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지만 담당자가 면책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쓰레기처리 업체는 제재(부정당업체)를 받은지 1년이 되지 않아 수의계약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타 업체는 거리 등을 들어 계약에 응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재 업체를 사용한 경우다. 이는 쓰레기처리 지연에 따른 주민 불편 등을 고려한 ‘적극행정’으로 인정돼 담당자가 면책받았다.
인사처는 사례집을 활용해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각 기관 공무원에게 순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사례집이 많은 공무원에게 전파돼 소극행정의 문제점과 적극행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공직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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